증권
우리은행장 추천 또 연기…長考에 들어간 손태승
입력 2020-01-31 17:32  | 수정 2020-01-31 19:55
우리금융지주가 신임 우리은행장을 추천하는 작업을 또다시 연기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사진)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으면서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은 31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천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여건 변화를 이유로 들었는데 이는 전날 제재심 중징계를 의미한다.
우리금융 그룹임추위는 앞서 우리은행장 후보로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부문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등 3명을 선정했다. 현재 단독후보 추천만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지난 29일에 이어 두 차례나 행장 선임이 연기된 것이다.
우리금융은 이날 그룹임추위에 이어 임시이사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우리은행 사외이사들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이사회에서 손 회장은 제재심 내용을 이사들에게 설명하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 임직원과 고객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표한 뒤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심이 중징계를 결정함에 따라 손 회장 연임은 현재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말 손 회장에 대해 연임을 결정했고 오는 3월 24일 주주총회 결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에서 중징계가 확정되면 손 회장은 앞으로 3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신규 선임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중징계 확정을 가정할 때 손 회장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최종 징계안을 전달받는 즉시 곧바로 법원에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때는 피감기관으로서 감독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각오해야 한다. 앞으로 라임 사태 등도 처리해야 하는 우리은행으로서는 부담이 더욱 커진다. 다른 하나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퇴하는 것이다. 이때에도 차기 회장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내부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찾지 못하면 외부 낙하산이 올 수도 있다. 두 사안 모두 출범한 지 1년밖에 안 된 우리금융 지배구조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들은 손 회장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방침이다. 손 회장에 대해 연임을 결정했을 때 지지도 그대로 이어간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일부는 감독기관과 행정소송을 벌일 때 부담을 의식해 고객과 임직원에게 피해가 없도록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 거취 표명과 신임 우리은행장 선임 등은 오는 7일로 예정된 결산실적 이사회 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참석자는 "제재심 결과가 전날 늦게 나와 손 회장이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이사진이 일주일 정도 시간을 줘 손 회장을 배려했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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