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필로폰 적발 116kg로 역대 2위…흔들리는 `마약청정국`

31일 관세청은 지난해 적발한 필로폰(메스암페타민) 규모가 116.7kg이라고 밝혔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필로폰 적발량이 가장 많았던 것은 2018년이었다. 최근 들어 필로폰 밀수가 폭증하고 있는 셈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실제 필로폰 단속량은 2010년 6.4kg에서 2013년 30.1kg까지 증가한 뒤 2018년에는 222.9kg로 폭증했다.

이민근 관세청 국제조사팀장(과장)이 2019년 필로폰 단속 현황에 관해 31일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관세청]

이민근 관세청 국제조사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필로폰 적발량은 폭증하고 있으며 올해를 포함해 당분간 필로폰 밀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로폰은 1kg으로 3만3000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관세청이 단속한 양만으로도 385만명이 사용할 수 있어, 부산시 인구(340만)에게 모두 필로폰을 투약할 수 있을 정도다.
필로폰 밀수가 급증한 것은 동남아와 멕시코에서 필로폰 생산이 급증하면서 필로폰 가격이 저렴해진 영향이 크다. 이 팀장은 "중화계 마약조직 '삼고'가 동남아 골든트라이앵글 국가에서 필로폰을 양산하고, 멕시코에서 '시날로아 카르텔'이 필로폰을 양산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골든트라이앵글은 메콩강 일대의 태국, 미얀마, 라오스 지역을 지칭한다. 골든트라이앵글 지역과 멕시코는 과거 헤로인의 생산지로 유명했다. 헤로인은 원료인 아편을 경작할 넓은 대지가 필요해 단속에 취약했다. 반면 필로폰은 원료를 화학원료를 혼합해 공장식으로 생산할 수 있어 원가가 낮고 단속을 피할 확률이 높다. 이로 인해 마약을 공급처에서 저렴하고 생산이 쉬운 고품질의 필로폰을 대량으로 생산한 결과 필로폰 적발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14일, 캐리어 가방의 안쪽면을 뜯고 반입하다 단속에 걸린 필로폰 3kg [사진 제공 = 관세청]

실제 한국에 밀반입하다 적발된 필로폰은 골든트라이앵글 주변국에서 밀수하다 적발된 양이 93.6kg(80%)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 뒤를 미국 13.7kg(11.7%), 남아프리카공화국 2.8kg(2.4%) 등이다. 단일 국가로는 골든트라이앵글 인접 국인 말레이시아발 밀수가 68.2kg(58.4%)로 가장 많았다.
필로폰 밀수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관세청이 국내외 마약단속조직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지난해 필로폰 적발량은 전 세계에서 300톤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9년 세계 적발량인 31톤의 10배에 가까운 양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최소 90톤이 넘는 필로폰이 적발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017년 28톤의 3배에 가까운 양이다. 호주는 인구가 한국의 절반에 가까운 2500만여명에 불과하지만, 필로폰 밀수 적발량은 11톤으로 한국의 100배에 가깝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도 2톤에 달하는 필로폰이 지난해 적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 24일 커피제품으로 속여 반입하려던 필로폰을 관세청이 단속해낸 사례. [사진 제공 = 관세청]

국내로 유입되는 필로폰 규모가 커지면서 올해도 정부는 '필로폰과의 전쟁'을 지속할 계획이다. 국제적인 필로폰 조직들이 한국을 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 필로폰 조직은 군소조직으로 300g 이내의 적은 양만 들여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2017년 10월 중화계 조직이 한국 침투를 시작했는데 이후 회당 1kg 이상 마약 밀수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과 올 1월에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국제우편을 통해 미국에서 5.1kg, 독일에서 4.1kg의 필로폰을 밀수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필로폰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확한 반입 규모에 대한 추정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 팀장은 "국내에서 적발되는 필로폰 양의 절대다수가 세관에서 잡아낸 것이고 검찰·경찰이 국내에서 단속한 건은 매우 적다"며 "올해부터 생활하수에 남아있는 필로폰 양을 검증해 국내 필로폰 사용량을 과학적으로 추정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패딩 의류의 팔 안쪽면을 뜯어 필로폰을 반입하려다 관세청 직원에 단속된 사례. 적발된 필로폰 양은 4.3kg에 달했다. [사진 제공 = 관세청]

지난해 10월 패딩 의류의 팔 안쪽면을 뜯어 필로폰을 반입하려다 관세청 직원에 단속된 사례. 적발된 필로폰 양은 4.3kg에 달했다. [사진 제공 = 관세청]

관세청이 단속한 필로폰 밀반입 사례는 여행자 은닉이 가장 많고 국제우편, 특송화물이 그 뒤를 이었다. 항공여행자가 몸이나 화물에 숨긴 필로폰은 92.7kg으로 전체 적발량의 79.5%에 달한다. 국제우편을 이용한 경우도 17.4kg 으로 전체 양의 15% 수준이다. 주로 일반 화물으로 가장하거나 커피제품에 은닉한 경우가 많았다. 관세청 관계자는 "대부분 엑스레이 검사 과정에서 발견한 것으로, 의류나 가방, 제품 속면을 뜯어내고 숨겨도 모두 적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검찰·경찰과의 공조 강화는 물론이고 해외 기관과의 공동 대응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 4월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 합동단속을, 9월에는 세계관세기구 글로벌 합동단속에 나선다.
[송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