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김명수 체제 내부에서도 반발‧불신 쌓였나…현 사법부 핵심 법관들 첫 사의
입력 2020-01-31 09:58  | 수정 2020-01-31 11:36
[사진 출처 = 연합뉴스]

31일 문재인 정부 3번째 고위법관 인사 발표를 앞두고 김명수 대법원장(61·사법연수원 15기) 체제에서 절대적인 신뢰를 받으며 중책을 수행했던 법관들까지 사의를 밝힌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현 사법부 핵심 법관들의 사퇴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전통적 엘리트 법관들의 반발·퇴직과 달리 김 대법원장 체제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불신과 반발이 오랫동안 쌓여 왔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법원장은 "김 대법원장이 주장하는 사법개혁이 그의 제왕적 기득권 보호로 변질되고 있고 정치 판사들이 득세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배신감은 김 대법원장 측근 사이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고위 법관 인사에 따르면, 정재헌 서울중앙지법 항소4-3부 부장판사(53·29기)와 이한일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49·28기)이 사의를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전날 매일경제와 만나 "지난해 12월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대법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팀장을 맡았다. 2017년에는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으로 근무했다.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실무준비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법원 특별조사단에 참여하는 등 김명수 사법부에서 사법개혁에 앞장섰던 법관이다. 정 부장판사는 "김명수 사법부의 사법개혁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기존 사법부의 문제가 쌓여 있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기존 사법부 잘못을 바꾸는 개혁까지는 완성됐지만 향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전국법관회의에서 나오는 의견이 모두 판사 복지 관련이어서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 동력으로 상고법원이나 재판 충실화 등 국민이 느낄 수 있는 방향의 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지만 이런데 대해서는 불편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정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 상황에 대해 "젊은 법관과 부장판사급 사이에 갈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사법개혁 방향이 외부에 많이 휩쓸리는 것으로 보이고 방어를 하던 행정처에서 힘이 빠져 외부에서 개입하려 할 때마다 사법부는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그래도 강한 권력보다는 전체 법관의 움직임이 법원을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부장판사는 "나는 구시대의 끝이지 새 시대의 시작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분들이 사법개혁을 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법원장 추천제'가 최초로 실시됐던 대구지법 산하 엘리트 부장판사들이 4명이나 사표를 제출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법원장 추천제는 법원 소속 법관들이 직접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제도로, 김명수 사법부가 추친하는 사법개혁의 일환이다. 사법개혁이 처음 시행된 곳에서 정작 중추 법관 다수가 사표를 낸 셈이다.
엘리트 고위 법관 중에는 이정석 서울고법 부장판사(55·22기)의 퇴직이 눈에 띈다. 2009년부터 3년간 전산정보관리국장으로 재직하며 법원에 전자소송을 처음 도입했다. 대법원 공보관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거론돼 왔다.
[정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