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장주까지 뛰어든 전자투표…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쉬워졌다
입력 2020-01-30 17:55  | 수정 2020-01-30 20:01
전자투표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코스피 시총 1위 삼성전자도 올해 주총부터 전자투표를 도입한다. 현대건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상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자투표 참여를 보다 쉽게 만드는 등 전자투표 확산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여기에 그간 예탁결제원이 독점했던 전자투표 관리 시장에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삼성증권도 뛰어들었다. 기업들의 선택 폭이 넓어진 셈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제51기 정기 주총부터 전자투표를 도입한다고 30일 밝혔다. 주주 편의 제고 차원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액면분할 이후 처음 열린 지난해 주총에서 일부 주주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액면분할로 주주 수가 5배 늘어나면서 주총장에 10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서초사옥 5층 주총장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주주들의 줄이 대로변까지 늘어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현대건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향후 전자투표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근 예탁결제원 의결권서비스 부장은 "정부는 소액주주 권리 행사의 길을 넓히겠다는 입장으로, 그 일환이 주총에서 주주 의사 표시를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전자투표"라며 "삼성전자는 작년 주총일에 미세먼지 등으로 고생하고, 오프라인 주총에서 주주들을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자투표를 도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도 최근 상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자투표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전자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전자투표는 2017년 말 섀도보팅 폐지 후 의결권 확보 차원에서 최근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예탁결제원과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전자투표를 이용한 곳은 663개사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주주 수는 10만6259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당시 코스피 시총 2위 SK하이닉스와 포스코 등이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서비스를 도입했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전자투표를 도입함에 따라 정기주총에서 전자투표를 이용할 수 있는 주주 수는 7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상장사 주주의 7.3% 수준이다. 여기에 주주행동주의 확산도 상장사들이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전자투표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상장사들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것도 쉬워지고 있다. 그동안 전자투표 관리는 예탁결제원의 독점 유료 서비스 체제였는데, 미래에셋에 이어 삼성증권이 무료 제공에 나섰다. 상장사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진 셈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3월 증권사 최초로 주총 전자투표 시스템 '플랫폼V'를 개설해 기업들의 정기주총을 맞아 서비스를 개시했다. 작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6개사, 코스닥 상장사 33개사 등 총 99개사에 정기주총 전자투표 서비스를 지원했다. 임시 주총까지 더하면 103개사다. 삼성증권도 '온라인 주총장'이라는 지원 서비스를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 정식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공식적으로는 가입사 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이미 100곳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환 기자 / 우제윤 기자 / 김규식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