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관까지 나서 설득했지만 싸늘한 아산 주민들…달걀 투척하며 항의
입력 2020-01-30 16:40  | 수정 2020-01-30 20:51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충남 아산 주민들은 30일 경찰인재개발원을 중국 우한 교민들 격리시설로 선정한데 대해 전날에 이어 격하게 반발했다.
이날 성난 아산 주민들은 설득하러 찾아온 진영 행안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향해 계란을 투척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보좌진들이 날아든 계란을 우산으로 막아 피해는 없었지만 진장관은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간담회 20여분만에 시위현장을 떠나 경찰인재개발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날 진 장관은 우한 교민 700여명의 격리시설로 선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앞 초사동 네거리 주민 농정장을 찾아 주민 설득 작업에 나섰다. 행안부 관계자들도 29일에 이어 30일에 장관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진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가시설 가운데 대규모로 수용할 수 있는 곳과 여러 가지 검토 과정에서 경찰인재개발원을 지정하게 됐다"며 "주민들이 어떻게 하면 걱정을 안할지 경찰인재개발원 시설을 둘러보고 주민 의견을 들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생하는 우리 국민들을 데리고 와야 하는 상황이고 주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시설을 잘 운영하겠다"며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철저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주민이 "우리가 폭력 시위 할 걸로 생각하느냐"며 "이렇게 경찰 병력을 배치하고 촌놈들을 억압하는 거냐"며 따져 물었다. 이에 진 장관은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라고 답했고, 이 때 계란이 날아들었다.
이날 주민들은 진 장관이 도착하기 전부터 도로를 막아서며 경찰과 충돌했다. 몇몇 주민은 팔짱을 끼고 도로에 누워 거칠게 저항하기도 했다.오후 3시 35분께 진 장관이 양승조 충남도지사, 오세현 아산시장과 함께 마을회관 앞에 모습을 보이자 일부 주민은 달걀과 과자 등을 던지며 거친 항의를 이어갔다.'중국동포 아산시 수용결정 결사반대' 등 팻말을 들고 진 장관을 향해 욕설을 쏟아내는 주민들도 있었다.

주민간담회가 파행으로 끝나기 전부터 경찰인재개발원 주변에는 차량 통행에 지장을 줄 만한 장애물이 모두 제거됐다. 경찰은 진입로를 가로막았던 농기계를 모두 밖으로 빼내고 의경을 배치하는 등 교민 수용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실제 이날 오전 8시50분께 경찰인재개발원 정문으로 통하는 길이 뚫려 방역물품을 실은 차량 4대가 인재개발원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전날부터 이곳에 모여 있던 주민 50여명은 정부의 우한 교민 수용 방침에 항의를 이어난간다는 방침이다. 주민들은 천안에서 하루 만에 충남·북 이웃으로 대상지를 바꾼 정부를 겨냥해 "충청도를 핫바지로 보고 봉 취급한다. 정부가 이웃 지역 주민들끼리 싸움을 부추기느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주민 남상무씨는 "관광도시 아산에 중국 폐렴 오염될까 잠도 못잔다"며 "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운데 문닫고 장사하지 말고, 아산이 다 망해도 좋다는 거냐"고 거칠게 소리쳤다.
이곳에서 도의원을 지낸 김응규씨는 "정부가 우한 교민 격리 시설인 경찰인재개발원이 아산 시내에서 10㎞ 안팎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이곳 초사동 200여명은 주민도 아니냐"며 "처음부터 온다고 했다면 반대도 안했을것이고 천안이 떠넘긴 것을 아산이 받는 것인데 너무 우습게 본거 아니냐"고 말했다. 연수원 앞 식당 주인 이상경씨(59) 는 "경찰 교육생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인데, 우한 교민을 수용하게 되면 어떡하냐"며 "안전, 주민 피해보상 등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경찰만 동원해 밀어붙이는 것이 민주주의 정부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아산 =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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