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월 정례회의에서 금리 동결이 결정된 데 대해 증권가에서는 예상했던 무난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당분간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미중 2차 무역협상 불확실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을 감안했을 때 연내 한 두 차례의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증권가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밤까지 이틀간 진행된 FOMC 1월 정례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현행 1.50~1.7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7월말 이후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내렸다가 지난달에 이어 두달째 동결을 결정했다.
금리 결정 직후 발표된 성명서 문구는 기존과 거의 유사했다. 다만 기업투자와 수출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가계 소비 증가 속도가 '강하다(strong)'는 표현에서 'moderate(완만한)'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번 FOMC 회의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이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지난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연준의 단기재정증권 매입과 레포(Repo) 시장 개입에 대해 어떤 언급이 나올지 주목했다. 연준은 단기재정증권 매입은 최소 6월까지 단행한다는 스탠스는 유지한 가운데 "최소 1월까지"로 언급했던 레포 개입을 "최소 4 월까지"로 연장했다. 연준의 단기 유동성 공급 종료 시점이 다소 미뤄진 것이다. 유동성 확대 정책의 마무리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해석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일단 안도하는 반응이 우세하다.
눈여겨 볼 점은 제롬 파월 의장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언급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여행 제한과 비즈니스 중단 등으로 중국, 아마도 전세계적 경제활동에 일부 차질이 있을 수 있다"며 "매우 주의 깊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우한 폐렴으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과 이로 인한 통화정책의 변화 여지를 남겨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10월말 마지막 금리인하 직후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FOMC에서도 동결 기조에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조심스럽게 연내에 1~2회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FOMC는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소비에 대한 평가를 하향했고 낮은 물가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완화적인 부분이 좀 더 컸다"라며 "기준금리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겠으나 낮은 수준의 물가, 중국과의 1단계 합의 성사에도 2020년 미국의 내수 경기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최근 친 트럼프 대통령 성향 인사들의 연준 이사 지명으로 연준 내 비둘기파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은 연내 완화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대선을 앞두고 FOMC는 최대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둔 통화정책 운용을 선호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경기가 FOMC가 기대하는 2% 전후 수준이 아니라 1.5%대로 성장속도가 떨어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1분기 성장률이 가시화되는 4월말 이후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분기 경기반등이 예상보다 더디다면 6월 혹은 7월부터 FOMC는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은 기준금리 만장일치 동결, 대칭적인 물가 목표 달성 강조 등 상당 기간 현재 금리 수준 유지 방침을 시사했다"라며 "연방기금 선물시장에서는 금년 1~2차례 정도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등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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