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댄 아이버슨 "올해는 美보다 신흥국…주식등 위험자산 거품은 경계"
입력 2020-01-29 17:58  | 수정 2020-01-29 19:41
댄 아이버슨 핌코 CIO. [김호영 기자]
"올해 투자 기회는 미국 바깥에 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이 유망하다." 세계 최대 채권 전문 운용사인 핌코의 댄 아이버슨 최고투자책임자(CIO)가 2년여 만에 방한해 최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올해 경제를 놓고 "세계가 끌고 미국이 뒤따른다"고 요약했다. 미국 외 지역 자산이 미국 자산 대비 강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아이버슨 CIO는 최근 2년간 미국 경제가 전 세계를 휩쓴 경기 둔화 흐름에서 비켜나 있었지만 올해는 미국도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바라봤다. 그는 미국 실질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3%를 찍고 올해 1.5~2%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11월 실시되는 미 대선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선을 앞두고 한층 높아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영역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버슨 CIO는 "예전 선거에 비해 후보자 의견이 극단화됐다. 이 가운데 특히 높은 세율과 엄격한 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약진한다면 자산시장 불확실성은 한층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경기의 상대적 부진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부터는 미국도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봤다.

반면 미국에 앞서 경기가 정체 국면에 빠져들며 '먼저 매를 맞은' 미국 외 국가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바라봤다. 아이버슨 CIO는 "작년 말부터 신흥국을 필두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 이미 회복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특히 이 같은 경향은 무역업과 제조업 관련 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신흥국 가운데 특히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아이버슨 CIO는 "올해 한국 경제를 상당히 좋게 보고 있다"며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 2.3%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 요인도 물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이 나왔다. 자산 밸류에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모두 높다는 점을 꼽았다. 아이버슨 CIO는 "최근 시장에서 자산 가치가 많이 상승했다. 주가는 올랐고 채권 금리는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불시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우려는 한국에 오기 전 아시아 투자자들과 만나며 커졌다. 아이버슨 CIO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들러 각국 기관투자가들을 만나고 한국으로 왔다. 그는 "만나본 투자자들 사이에 올해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했다"며 "사실 좀 걱정된다"고 밝혔다.
미·중 1차 무역합의가 타결되며 주식으로 다시금 돈이 쏠리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상상한 대로 시장이 흘러가는 게 아닌 만큼 위험 자산에 대한 과도한 베팅은 금물이라는 설명이다. 자산시장을 위협하는 불확실성이 현실화한 대표적인 예로 우한 폐렴을 꼽았다. 그는 "우한 폐렴 사태가 길어진다면 중국,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이 금융시장을 좌우한 지정학적 리스크였다면 올해는 미·유럽연합(EU) 무역분쟁이 시장에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버슨 CIO는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미국과 EU가 무역 문제를 두고 맞서는 모습이 드러났다"며 양자 간 무역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홍콩 사태는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며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핌코는 운용자산(AUM)이 1조88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다. 독일계 보험회사 알리안츠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하나UBS자산운용과 손잡고 채권펀드를 출시했다. 약 70조원 규모의 핌코GIS 인컴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하나UBS핌코 글로벌인컴펀드는 지난 한 해 금리 하락기를 거치며 약 1조7200억원을 끌어모으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 He is…
아이버슨 CIO는 운용업계 경력만 30년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번스타인, 티로프라이스, 피델리티 등 자산운용사를 거쳐 1998년에 핌코 그룹에 펀드매니저로 합류해 CIO 자리까지 올랐다. 2007년부터 핌코의 대표 펀드인 핌코인컴펀드의 키를 쥔 이후 13년째 운용해오고 있다. 시카고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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