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우한쇼크에 홍콩H `뚝`…ELS 조기상환 `적신호`
입력 2020-01-29 17:51  | 수정 2020-01-29 20:00
춘제 연휴 끝에 29일 개장한 홍콩 증시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 확산에 또 한 번 급락하자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좌불안석이다. 특히 국내 증권사에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절반 정도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조기 상환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년 8월 홍콩시위 여파로 9700선까지 떨어졌던 홍콩H지수는 최근 1만1300까지 반등했으나 이번 우한 폐렴으로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1일에는 우한 폐렴 확산 소식에 홍콩 H지수가 하루 만에 3.19% 급락하면서 1만1000이 깨졌다. 중화권 최대 명절인 춘제를 맞아 홍콩 증시는 지난 25~28일 나흘간 휴장했으나 개장 첫날 또 한 번 3.26% 주저앉았다. 연휴 기간 우한 폐렴 확진환자가 6000명을 돌파하자 공포가 더욱 확산된 탓이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16조5000억원에 달해 전체 ELS 발행액(33조8190억원) 절반에 육박했다. 다만 8월 이후에는 발행기준가가 1만~1만1000에서 형성됐기 때문에 조기 상환이 어려워지는 80~95%까지 내려앉기까지는 아직 여유는 있다. 29일 종가 기준 홍콩H지수는 1만618.72를 기록했다.
문제는 최고가 수준에서 발행된 ELS들이다. KB증권에 따르면 국내 발행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가운데 1만3000 이상에 발행된 상품은 2조2500억원으로 전체(23조원 이상 추정)의 10%가량을 차지한다. 최고가 수준인 1만4000에 발행된 상품의 경우 조기 상환 기준을 80%로 상정할 경우 홍콩H지수가 1만1200 밑으로 떨어지면 조기 상환이 어려워진다. 이 군에 속하는 상품은 이미 조기 상환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이 원금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최고가 수준인 1만4000에 발행된 상품의 경우 녹인(Knock-in) 기준을 65%로 상정할 경우 홍콩H지수가 9100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17% 이상 여력이 남아있다. 나머지는 1만3000 미만의 비교적 낮은 가격에 발행돼 원금손실 가능성이 더욱 낮다는 설명이다. 국내 잔존하는 홍콩H지수 ELS 가운데 절반 이상은 발행기준가가 1만1000 미만에서 형성돼 동일한 청산 기준가를 적용할 경우 H지수가 7150 밑으로 30% 가까이 폭락하는 경우에만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녹인 구간에 걸리지 않는 이상 원금손실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상환 여부에 지나치게 민감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되며 중국과 홍콩 증시에 지속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ELS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거두기 어려운 형편이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이사는 "우한 폐렴은 치사율은 비교적 낮지만 전염 속도는 빠른 편"이라며 "내수, 관광업종 등 전염병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 위주로 시장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는 중국 본토 증시는 한 달 반, 홍콩은 4~5개월 이후 시장이 회복됐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홍콩H지수가 앞으로 17% 이상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대영 이사는 "사스 때 홍콩 증시는 14~15% 정도 조정을 받았다"며 "이번 우한 폐렴은 사스 때보다 치사율도 낮고 중국 정부도 공개적으로 광범위하게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