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금 부담 줄이자"…대대광 증여 역대 최고
입력 2020-01-29 17:34  | 수정 2020-01-29 20:00
지난해 증여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대전시 유성구 원신흥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직장인 박 모씨(49)는 지난해 대전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부인에게 증여했다. 대전 유성구 도안신도시 아파트값이 지난 2년간 크게 오르면서 양도세를 고민하다 절세 방법으로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것을 택했다. 2014년 3억원에 매수한 아파트가 2018년 도안신도시가 주목받으면서 4억원을 돌파하더니 지난해 6억원까지 집값이 상승했다. 갖고 있자니 대출이자와 보유세가 걱정이고, 팔자니 양도차익(약 3억원)에 대한 양도세 부담이 컸다. 세무사는 그에게 "배우자에게 증여하라"고 조언했다. 배우자 증여 공제가 6억원까지 적용되고, 배우자가 5년 뒤 이를 양도하면 양도차익(양도가-취득가 6억원)도 줄어서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박씨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 같아서 보유하고 싶었는데 세금이 걱정이었다. 그러나 배우자 증여로 세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대구·대전·광주에서 증여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등을 강화하면서 세 부담이 커지자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려는 움직임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부동산 분석업체 경제만랩이 한국감정원의 지난해 지역별 주택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대·광'(대전·대구·광주) 지역 주택 증여 거래량이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전은 증여 거래가 2018년 2342건에서 지난해 2562건(9.39% 상승)으로 늘었고 대구는 같은 기간 4705건에서 지난해 4872건으로 3.55% 증가했다. 광주는 지난해 주택 증여 거래가 3385건으로 2018년(2867건)에 비해 18.07% 늘었다.
지난해 전국 주택 증여건수는 총 11만847건으로 2018년 11만1863건보다 0.9% 감소했다. 주택 증여는 거래량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전국 기준 연간 5만~6만건을 오갔으나 집값 상승과 절세 열풍으로 2016~2017년 8만여 건으로 늘어난 뒤 2018년에 사상 최대인 11만1000건을 넘어섰다. 그러다 서울 증여 거래가 축소되면서 지난해 전체적으로 증여 거래가 줄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보유세 강화 등 다주택자 규제로 서울에서는 2017~2018년 증여가 활발히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에서 증여 거래가 줄었을 뿐 집값이 크게 오른 대·대·광 지역을 중심으로는 증여가 활발히 일어났다. 지난 1년간(2018년 12월 31일~올해 1월 6일) 한국감정원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대전 유성구(12.05%)였고 2위는 대전 중구(11.82%), 4위도 대전 서구(9.03%)로 대전이 압도적 상승률을 보였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은 "가족들에게 미리 증여해 두면 보유세뿐 아니라 양도세까지 줄일 수 있다. 주택 가격이 오르기 전에 낮은 가격으로 증여해 증여세는 물론 상속세 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1억원에 취득한 아파트가 현재 시가가 6억원이라면 이 아파트를 팔 때는 양도차익 5억원에 대한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 아파트를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배우자 증여 공제 6억원이 적용돼 증여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자녀에게 증여하면 주택 수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3주택자라면 자녀 증여를 통해 2주택자가 되고, 2주택자라면 무주택 자녀에게 증여해 향후 각각 1가구 1주택 요건을 갖춰 양도세를 비과세할 수 있다. 증여 시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명에게 나눠서 증여할 수 있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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