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문가 "신종코로나 무증상 감염자 전파 가능성, 아직 근거 부족"
입력 2020-01-29 15:45  | 수정 2020-02-05 16:05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과 관련해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아직 명확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인 만큼 '과도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앞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에도 무증상 감염자는 있었으나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는 없었습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늘(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WHO가 현 상황에서 정황 증거만으로 무증상 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를 언급한 건 신중하지 못한 대처"라며 "공포만 확산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잠복기 또는 무증상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 바이러스를 옮긴 사례는 환자가 이미 폐렴으로 진단받은 경우로 보인다"며 "(바이러스 감염 시) 환자가 증상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폐렴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국내 확진 환자 중에서도 주관적으로 느끼는 증상은 없으나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폐렴 소견이 보이는 사례가 있습니다.


또 잠복기와 무증상을 구분하기도 어려운 데다 잠복기에서 발병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는 환자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증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이때를 무증상으로 지칭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했습니다.

엄 교수는 "잠복기나 무증상 상태에서의 바이러스 전파는 확실히 증명된 후에 언급이 돼야 할 문제"라며 "현재 근거가 부족한 만큼 과도한 우려나 불안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내 확진 환자 4명과 밀접 접촉한 사람 중에서도 아직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증상이 없는 사람의 바이러스 전파력은)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잠복기나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는 바이러스 전파력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증식·증폭 과정을 거쳐 양이 늘어나는데, 증상이 발현되기 전까지는 바이러스의 양이 매우 적다"며 "무증상기나 잠복기에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있다는 건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WHO 역시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발언에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어 조사가 좀 더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아놓은 상태다. 또 "감염자가 어느 정도 수준의 증상을 보여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부연한 바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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