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한폐렴 3일천하?…애플 최대 실적에 美증시 반등
입력 2020-01-29 11:43  | 수정 2020-01-29 15:58
"회사 분기 실적이 블록버스터급이에요" 28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실적 발표회에 앞서 아이폰11을 배경으로 엄지를 척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 CNBC영상 캡처]

중국 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전세계를 뒤덮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바이러스 불안감을 넘어서는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간) 유럽 증시가 오름세를 보인데 이어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장 마감 후 회사 실적을 발표한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블록버스터"라고 자축했다.
2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애플 실적발표 기대감 속에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가 전날 대비 1.43%오른 데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1.01%)와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0.66%)가 덩달아 상승세를 그렸다. 앞서 유로존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유로스톡스600 지수도 0.8% 상승 마감했다.
28일(현지시간) 캐나다 현지신문 글로브앤메일에 따르면 에어캐나다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를 이유로 `캐나다-중국 비행편` 일부 운항을 취소했다. 이날 CNBC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비행편 운항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사진 출처 = 에어캐나다]
하루가 바뀔 때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들이 늘어나고,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 정부가 '우한체류 자국민 송환 작업'에 들어가는 등 국제 사회에는 공포감마저 돌고 있지만 시장은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 28일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가 긍적적으로 나왔고, 이번 주 줄줄이 발표되는 주요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28일 증시 마감 후 발표되는 애플 실적 기대감이 돌면서 이날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발표에 앞서 2.83% 오르면서 거래를 마쳤다. 앞서 코로나바이러스 여파 속에 이번 주 27일 개장 당시 애플은 2.94%떨어졌는데 하락세를 거의 만회한 셈이다. 폐렴 발원지인 중국에서의 애플 제품 생산 문제와 중국 소비심리 저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간 외 거래에서는 애플 주식은 마감 가격보다 1.51%(우리시간 29일 10시45분 기준)올라섰다.
실적 발표와 관련해 팀 쿡 애플 CEO는 CNBC인터뷰에서 "지난 분기 실적은 블록버스터"라고 자축하면서 "아이폰11을 처음 판매한 분기인데 소비자 반응이 정말 좋았다"고 평했다. 애플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 분기(2019년 10월~12월) 전체 매출은 981억 80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늘어났다. 순이익(222억4000만달러)도 1년 전 보다 11.4% 증가해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분기 사상 최대 규모다.
애플 매출의 61%를 차지하는 아이폰 판매 실적(8%증가·595억1000만달러)을 비롯해 아이팟 등이 판매 강세를 보인 덕이다. 아이폰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내에서 '애플 보이콧'이 일었음에도 애플이 아이폰11가격을 낮춰 판매한 것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쿡 CEO는 아이폰에 대해 "소비자들은 배터리 수명이 길고 사진이 잘 나오게 찍는 화질 좋은 카메라를 내장한 디자인 좋은 휴대폰을 원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 애플이 5G폰 출시할 것이라는 기존 예상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LPL파이낸셜의 리안 디트릭 수석분석가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분명히 심각하지만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이 매우 양호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28일 미국 컨퍼런스보드는 "일자리 시장 호조 덕에 이달 소비자신뢰지수(CCI)는 131.6으로 지난 달(2019년 12월·125)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앞서 다우존스가 경제분석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예상치(128)를 뛰어넘는 수치다. 컨퍼런스보드와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미국 내 양대 민간 소비심리지표로 쓰인다.
미국 상무부도 이날 '월간 내구재 주문' 통계를 발표하면서 "지난 달 내구재 주문이 직전 달보다 2.4%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부 품목 고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의 감소세에 따른 기저효과와 운송장비 주문이 늘어난 결과라는 것이 상무부 분석이다. 내구재란 토스트기부터 항공기 등등을 포함해 3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내구재 주문은 제조업 경기 선행지표로 통한다.
중국 푸저우시의 한 스타벅스 매장. [사진 출처 = 야후파이낸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기업들 표정은 엇갈린다. 애플과 같은 날 뉴욕증시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스타벅스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시간외 거래에서 0.8%하락했다. 발표에 앞서 증시에서는 0.15%떨어진 바 있다.
스타벅스 지난 분기 실적은 수익이 8억857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분기(7억6060만 달러)보다 늘어났고, 주요 시장인 미국(6%)과 중국(3%)에서 판매 실적도 증가했지만 앞으로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스타벅스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이유로 중국 내 매장 2000여 곳 임시 폐업에 돌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28일 케빈 존슨 스타벅스 CEO는 "코로나 여파를 정확히 추정할 수가 없지만 앞으로 1~2개 분기 실적에 중요한 영향(materially affect)을 줄 것"이라면서 이날 하려던 2020년 실적 전망 발표를 3월로 연기했다. 이는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의 절반 가량으로, 중국은 스타벅스 입장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앞서 24일 스타벅스는 바이러스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일대 128곳 매장을 임시 폐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29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맥도날드, 테슬라에 이어 30일 비자카드와 아마존 등 주요 기업이 줄줄이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연준이 29일 기준금리를 결정해 시장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현재 연1.5~1.75%)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트위터를 통해 "인플레이션은 거의 없다"면서 "우리의 금리를 경쟁력있게 만들기 위해 연준은 현명해져야 한다.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연준을 압박했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