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9억이하 `노도강 아파트`에 갭투자 몰린다
입력 2020-01-28 17:31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원·도봉·강북구가 최근 주택 대출 규제를 피해 풍선효과 의 최대 수혜처로 꼽힌다. 사진은 서울 도봉구 일대 아파트 전경. [매경DB]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최근 규제 무풍지대 속에서 나 홀로 상승하고 있다.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원·도봉·강북구(일명 노도강)에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가 1억원 이하인 '갭투자'로 관심이 쏠리면서다. 그러나 예측불허인 규제에 대한 풍선효과는 일시적인 데다 거품이 끼기 쉬워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1월 들어 서울 노원구 아파트 곳곳에서 최고가가 속출했다. 예를 들면 노원구 상계동에 지어진 지 10년 된 '노원아이파크'뿐 아니라 30년 이상 된 '상계주공1~3, 6, 9, 10단지'에서 각각 최고가가 나왔다. 이 같은 최고가 행렬은 상계동 외에 노원구 나머지 4개 동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도봉구, 강북구에서 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달부터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이 뜨거워지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최근에 나온 규제를 모두 피해 풍선효과의 최대 수혜처로 꼽힌다. 9억원 이하 아파트는 12·16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종전 대출한도가 유지되고, 무주택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1년 이내 전입 요건도 필요 없다. 또 지난 20일부터 적용된 전세자금대출을 통한 갭투자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즉 전세자금대출을 받고 9억원 이하 아파트를 매수하더라도 전세대출을 회수당하지 않거나 9억원 이하 1주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새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9억원 이하 아파트에 '갭투자'가 몰리고 있다. 노도강 일대에 갭(매매가와 전세금 차이)이 1억원 이하인 아파트도 남아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갭 1억원 내외 20평대 노도강 아파트로는 노원구 월계동의 '청백4', 도봉구 창동의 '신창', 강북구 수유동 '수유벽산1차' 아파트 등이 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월계역 인근에 있는 청백4 아파트(전용 59㎡)는 매매 최고가가 2억7800만원이고 전세 최고가가 2억2000만원이라서 갭이 5800만원이다. 우이신설선 가오리역 인근 수유벽산1차 아파트(전용 63㎡)는 매매 최고가 3억7000만원, 전세 최고가 2억5000만원으로 갭이 1억2000만원이다.
매매가가 뛰면서 갭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강북구 수유동 '래미안수유'(전용 59㎡)의 경우 매매가가 5000만원 넘게 뛰면서 갭이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 아파트는 매매 최고가가 한 달 사이에 3억8000만원에서 4억3900만원으로 오르면서 갭이 1억5900만원이 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유벽산1차와 래미안수유 모두 매물이 한두 개뿐"이라면서 "12·16 대책 이후 갭투자 문의가 많이 와 매물이 나오면 2~3일 안으로 바로 팔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풍선효과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풍선효과는 일시적이고 결국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참여정부는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대출규제 등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놨고 2007년 노도강 아파트는 풍선효과로 급등했다. 노도강 아파트는 2008년 상반기 정점을 찍고 1년 만에 '거품 붕괴'가 현실화된 바 있다. 한국감정원의 월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노도강 아파트는 2006년 7월부터 2008년 9월까지 계속 상승하다가 2008년 10월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해 2009년 6월까지 8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개발 호재와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 없이 풍선효과에 의한 단기간 급등은 거품이 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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