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진칼, 주주제안 시한 일주일여 앞으로…예고된 `지분 전쟁`
입력 2020-01-28 11:41 
한진빌딩 전경 [사진 제공 = 한진그룹]

대한항공의 모회사이자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가 오는 3월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주제안 시한도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가 안건으로 오를 예정인 만큼 주요 주주간 치열한 지분 싸움이 예고된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3월 20일 또는 27일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한진칼은 재작년과 지난해에 3월 중순 또는 하순 금요일에 각각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 경우 주주제안 시한은 다음달 5일 정도가 된다. 늦어도 다음달 12일이라 최대 이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조 회장의 반대쪽에 설 것으로 짐작되는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이 최근 회동을 갖는 등 연대설에 힘이 실리면서 지분 전쟁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앞서 조 전 부사장과 신동철 반도건설 전무 등과 만남을 가진 뒤 조 회장의 경영방식을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KCGI 측은 대한항공 임직원이 한진칼로 파견 간 것을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판단해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인력과 재산을 유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한진칼에 대한 직원 파견은 그룹 내 인력 교류에 해당하는 적법한 전출이고 파견 시 발생하는 인건비 등 제반 비용에 대해서는 공정한 계약에 의거해 정당한 절차로 정산하고 있다"면서 "그룹사 간 전출 및 인적 교류는 다양한 사업에 대한 이해와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다른 기업에서도 통상적으로 하는 방식"이라며 맞서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 역시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 최근 조 전 부사장이 선친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훈을 언급하며 조 회장을 비판하면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 회장이 공동입장문을 통해 가족간 화해했다는 뜻을 밝혔지만, 조 전 부사장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동생인 조 회장과 화해해 경영에 복귀하거나 호텔사업 등 일부 계열사 경영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KCGI와 손잡고 조 회장을 몰아낸 뒤 전문경영인을 내세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한진그룹 내에서는 수년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호텔사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어 현재 한진그룹 총수 일가 중 유일하게 직책이 없는 조 전 부사장에게 어떤 계열사를 맡길지도 고민이 될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과거 칼호텔네트웍스 대표이사를 맡는 등 호텔업에 강한 애정을 보여왔다.
반도건설 역시 최근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이용해 사업상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KCGI와 연합해 직접적인 경영권을 노릴 수도 있다. 가용현금이 8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추가적인 지분 확보도 가능해 양쪽에서 치열한 물밑 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지분은 KCGI(17.29%), 델타항공(10.00%), 반도건설(8.28%), 국민연금(4.11%) 등이 갖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조 회장(6.52%), 조 전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 고문(5.31%) 순으로 한진칼 지분을 갖고 있다. 델타항공은 故 조양호 회장 임기 때부터 대한항공과 협력관계를 이어와 조 회장의 대표적인 우호지분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과 국민연금의 표 향방이 중요하다. 지난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3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故 조양호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던 석태수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들었다.
한진칼의 이사 선임과 해임은 일반 결의사항에 속해 주주 과반이 주주총회에 출석하고 과반의 표를 얻어야 한다. 지난해 참석률(77.18%) 기준으로 올해 찬성 또는 반대로 주주총회 안건이 의결되려면 38~39%의 표심이 필요하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지난해 12월 26일 전까지 늘린 지분만 인정되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인정된 반도건설 지분은 8.20%다. KCGI와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의 지분을 더하면 31.98%로, 조 전 부사장 외 재단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조 회장 및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지분, 델타항공 지분 등을 더한 32.45%와의 차이가 0.47%포인트에 불과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워낙 근소한 차이기 때문에 외국인은 물론 소액주주 표를 확보하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앞서 지난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이 위임장 사수에 나섰던 만큼 이번에도 이를 통한 우호지분 확보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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