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법관들의 퇴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20여명의 엘리트 법관들이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복수의 법관들에 따르면, 김정운 서울서부지법 수석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24기)가 명절 연휴 전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동기 가운데 '인재'로 손꼽히던 이은상 서울고법 판사(44·32기)도 사의를 밝혔고 퇴직 뒤 로스쿨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이달 초에는 김기정 서울서부지법원장(55·16기)과 한승 전주지법원장(57·17기) 등 법원장들과 핵심 고법부장 등이 사의를 밝혔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나 법원행정처 근무경력을 갖춘 법관들을 포함해 사법부 내부에서 중추로 평가받던 법관만 20명이 넘게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져 법원이 술렁이고 있지만 2월 정기 인사 때까지 엘리트 법관들의 사의 표명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정운 서울서부지법 수석부장판사
김정운 수석부장은 2013~2014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장을 맡아 내란음모,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징역 12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이 때문에 민중당이 탄핵 대상 법관으로 지목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 김 수석부장은 후배를 배려하고 업무에 헌신하는 법관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 파견 경력 덕분에 헌법 분야 등에서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2012년에는 충북지방변호사회로부터 최우수 법관으로 선정됐다.이은상 판사는 아주대 로스쿨로 갈 예정이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형사공보관 근무 당시 적극적이며 효율적인 공보로 좋은 평가를 얻었다. 2014년 법원행정처에서 정보화심의관을 지냈다.
판사들은 올해 법관 줄사퇴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악화되고 있는 법원 상황 탓이 크다고 평가한다. 한 전직 법원장은 "직전 사법부를 공격하며 김명수 대법원장(61·15기) 취임 전후 주목받던 판사들이 최근 친정부 성향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며 여당에 입당하고 총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어 그들을 지지하던 법관들까지 반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고법부장 출신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2년 넘게 지났지만 법원행정처 탈법관화 등 주요 사법개혁 정책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대법원장은 권한은 직전 사법부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평 판사는 "지난 2년 간 법관들 사이에 편가르기만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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