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WHO 늑장 대응에 비난 쇄도…美·스페인 `자국민 구출작전`
입력 2020-01-27 14:41  | 수정 2020-01-27 19:36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우한 폐렴에 대해 "아직 국제비상사태는 아니다"라고 밝혀 늑장 대응 비난을 받았다. [출처 = WHO]

자고 일어나면 '우한 폐렴' 확진·사망자가 늘어나 전세계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국제비상사태 선포를 늦워 '늑장 대응' 비난을 받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사무총장이 사태 대응 차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다. 국제기구와 별개로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 정부는 전용 항공기를 띄워 중국 우한 일대에 갇힌 '자국민 구출'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트위트를 통해 "나는 베이징으로 가는 중"이라면서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차원에서 중국 당국과 보건 관리를 만나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어 그는 "WHO는 지속적으로 각 국 상황을 실시간 반영해, 어떻게 대응할 지 구체적인 지침을 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외부에서는 WHO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중국 우한에서 퍼진 코로나바이러스가 최소 10개국으로 늘었고, 사망자 수가 날로 느는데 아직도 WHO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이 '일대일로'영향력을 높여온 탓에 국제기구에서 중국 영향력이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불만을 표해온 바 있다. 앞서 23일 WHO는 긴급회의 후 공동 성명을 통해 "일부 회원국들은 아직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로 PHEIC를 선포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본다(Several members considered that it is still too early to declare a PHEIC)"고 발표한 바 있고, 이후 입장을 바꾸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프랑스는 전세기를 띄워 중국 우한 일대에서 자국민을 철수시킨다고 밝혔다. 26일 미국 국무부는 "우한에 머무는 자국민과 영사관 직원 등을 태우는 비행기가 오는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따르면 국무부는 1000여명 미국 시민 송환에 이어 우한 소재 영사관도 임시 폐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측 철수 계획에 대해 국제 관례와 중국 방역 규정에 따라 필요한 협조와 편의를 제공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프랑스에서도 아녜스 뷔쟁 보건부 장관이 "중국과의 합의에 따라 우한에 있는 우리 국민들을 이번 주 중반 항공편으로 데려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호주도 우한에 있는 자국민 대피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께, 미국·프랑스처럼 우리도 여길 벗어나게 해주세요`라는 트위터 메시지로 눈길 끈 멕시코 시민.
중국 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밝히지 않는다는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한은 현재 재앙을 맞은 상태라는 사회연결망(SNS)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우한에 갇힌 한 멕시코 시민은 26일 트위터를 통해 "여기는 아포칼립스(apocalypse·세상의 종말) 상태로 식량이 5일분 밖에 없다"고 절규하면서 "우리 대통령도 나서서 자국 시민을 이곳에서 구해달라"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멕시코 외무부도 나서서 미국과 공조해 자국 시민 철수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미국 국무부는 이날 "비행기 좌석은 한정돼 있고 빠져나게겠다는 사람이 많아 모두를 태울 순 없다"면서 쉽게 감염될 우려가 큰 사람들부터 우선권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만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6000여명을 오는 28일까지 모두 귀국시키기로 한 상태다. 홍콩은 중국 후베이성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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