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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의 생각 "류현진, 만난다면 한 번만"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입력 2020-01-27 09:39 
추신수와 류현진은 지난 2013년 맞대결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맞붙지 않았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하나도 흥미롭지 않다."
지난 2018년 8월이었다. 서로 리그가 다른 두 팀, LA다저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3년만에 인터리그에서 만났고, 다저스의 선발 투수 류현진이 로테이션 순서상 텍사스를 상대할 차례라 추신수와 맞대결 성사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다저스가 선발 순서를 맞바꾸며 대결이 무산됐다.
당시 추신수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하나도 흥미롭지 않다. 부담스럽다"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신시내티 레즈 시절인 2013년 딱 한 번 맞대결했는데 그때 부담감이 여전히 그를 누르고 있었다.
1년하고 6개월정도가 지난 지금은 어떨까? 류현진이 새로운 팀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택하면서 맞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토론토와 텍사스는 한국시간으로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알링턴, 6월 5일부터 8일까지 토론토에서 맞붙는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26일 구단 행사장에서 만난 추신수는 "솔직히 안만났으면 좋겠다. 만난다면 한 번만 만났으면 좋겠다. 여기 왔을 때라든지..."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로테이션이 빗나갔으면 좋겠다"며 다시 한 번 맞붙고 싶지 않은 마음을 전했다.
그렇다고 도망만 가는 것은 아니다. "상대하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현진이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좋은 승부가 될 거 같다"며 맞붙게 된다면 피할 생각은 없음을 강조했다.
류현진과 한 팀이 됐다면, 그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앞서 지난 겨울 구단에 FA 시장에 나온 류현진의 영입을 추천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추신수는 "아쉬움이 컸다"며 후배와 한 팀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어 "(류현진이) 같은 한국 선수라서 추천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 팀에 분명히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했다"며 류현진을 추천한 배경을 설명했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29경기에서 182 2/3이닝을 던지며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의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FA 시장에 나온 그는 어느 팀이든 노려볼만한 선수였다. 그리고 4년 8000만 달러에 토론토와 손을 잡았다.
텍사스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카일 깁슨, 조던 라일스를 FA 계약으로, 코리 클루버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팀의 에이스인 마이크 마이너를 비롯해 콜비 알라드, 브록 버크, 조 팔럼보 등 좌완 선발 유망주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우완 선발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추신수도 "팀에서 구상하는 것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현진이를 놓쳐서 아쉽지만, 좋은 선수를 보강했기에 괜찮다"며 팀의 결정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2013년 7월 맞대결을 펼친 추신수와 류현진이 경기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두 선수의 맞대결을 보기 위해서는 일단 두 선수가 건강한 모습으로 시즌을 치르며 기대치에 맞는 경기력으로 꾸준한 기회를 얻어야 한다. 추신수의 경우 지난 시즌 구단에서 출전 시간을 줄이려는 시도를 몇 차례 했다. 개막전에서는 상대가 좌완 선발을 예고하자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추신수는 "어떻게 보면 감독님이랑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되는 계기였다"며 개막 시리즈에서 있었던 일이 크리스 우드워드 신임 감독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마지막이 좋았다. 지금도 (관계가) 너무 좋다. 구상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의논하며 물어보고 있다. 그 일로 내 커리어가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그걸로 좋은 사람을 알게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텍사스의 새 시즌 구상은 아직 밑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노마 마자라를 트레이드하며 외야 교통정리는 성공했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처럼 지명타자를 주로 뛰면서 외야 수비를 나오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조이 갈로처럼 부상자가 나온다면 역할은 더 늘어날 것이다.
추신수는 아직 감독으로부터 다음 시즌 구상에 대한 언질을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우드워드 감독은 대신 그에게 다른 부탁을 했다. "항상 작년에 했던대로만 해달라고 말한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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