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크라 대사 쫓아내"…美 ABC, 트럼프 녹음 공개
입력 2020-01-25 16:21  | 수정 2020-02-01 17: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잠재적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데 걸림돌이 된 당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를 쫓아내라고 말한 녹취파일이 공개됐습니다.

미국 ABC 방송이 현지시간으로 어제(24일) 공개한 음성자료에는 2018년 4월 30일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사업가 레프 파르나스와 벨라루스 출신 미국인 사업가 이고르 프루먼 등과 만찬을 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겼습니다.

녹취록은 파르나스 측 변호사가 탄핵 소추위를 이끌고 있는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의원이 위원장인 정보위원회에 전달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프루먼이 식탁 아래에서 녹음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녹취에서 파르나스로 보이는 인물은 마리 요바노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은 "그녀를 내일 쫓아내라"고 반복적으로 말했습니다.


파르나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녀(요바노비치 대사)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이라며 "모두에게 '곧 탄핵 되니까 기다리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돌아다닌다"고 전했고, 이를 듣고 있던 주변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지난해 5월 해임돼 본국으로 소환됐습니다.


이날 녹취 파일이 공개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자신이 요바노비치 전 대사 해임을 지시한 점을 부인하진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대사를 임명하고 해임할 권한이 있다"며 "나는 그 대사의 팬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내가 이해하기로 그는 내 사진을 걸어놓지도 않았다"며 "그는 오바마가 임명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를 쫓아내라"라는 말을 파르나스에게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아마 자신이 (그 자리에 있던)줄리아니나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파르나스는 상원의 탄핵 심판 개시를 앞둔 지난 15일 MS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압박 의혹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잡아뗐습니다.

이 녹취 파일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의 열쇠를 쥔 줄리아니의 측근 파르나스를 알지 못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게 ABC 방송의 지적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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