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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우다사` 김경란 "새해 목표? 좀 더 가벼워지기"
입력 2020-01-25 08:01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 출연 중인 방송인 김경란이 "2020년 느낌이 좋다"며 새해 포부를 밝혔다. 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새해 목표요? 좀 더 가벼워지기 그리고…"
방송인 김경란(43)이 달라졌다. 모범생 이미지에 갇혀 있던 (혹은 스스로를 가둬뒀던) 지난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는 그 스스로 고삐를 좀 풀어주겠단다. 2001년 K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 어느덧 방송 경력 20년이 다 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만 2020년부터는 당위와 권위에서 자유로워져 마음 가는대로 가볍게 웃고, 울고, 만나고, 사랑하겠다는 그녀다.
스타투데이가 설 연휴를 앞두고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김경란을 만났다. 화면으로 보던 것보다 더 가녀린 탓에 많은 이들이 새해 목표로 꼽는 다이어트가 먼 이야기겠다 묻자 김경란은 "팔다리엔 살이 잘 안 붙는데 대신 다른 곳으로 살이 간다. 중년의 그런 고민은 누구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며 쑥스러워 했다.
본격적인 사진 촬영이 시작되고, 김경란은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가운데 어색한 듯 수줍게 미소도 보였다. 길지 않은 촬영이었지만 내내 거울을 손에서 떼지 않던 김경란. 남다른 거울 사랑은 꽤나 인상적이지만 프로 방송인 김경란에게 거울은 결코 놓을 수 없는 베프다.
"카메라가 어디서 찍으면 어떻게 나오는지도 아직 서툴러요. 늘 정면을 보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앵글 안에 내 웨스트에서 바스트 사이의 정밀한, 정돈된 느낌에 대해 항상 스트레스를 받아왔지, 정작 다른 각도에서 찍으면 어떤 모습인지도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우다사) 하면서 달라져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 것 같아요. 남들이 보기에도 좀 다르게 보이나봐요."
2020년 경자년의 시작인 1월, 김경란은 출발이 좋다. 지난 연말부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MBN 예능 프로그램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지금껏 보여준 적 없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김경란을 향한 애정어린 시선이 한결 많아졌다. KBS를 떠난지도 벌써 7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메인뉴스 앵커로 혹은 교양 프로그램 MC로서 보여줬던 단정한 이미지가 강했던 탓에, 3년간의 짧았던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뒤 "거지꼴이었다"며 힘들었던 시간을 토로한 그에 대해 대중은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은근한 격려와 응원을 보이고 있는 상황.
그런 의미에서라도 2020년은 김경란에게 꽤나 남다른 해다. 새해를 맞은 기분을 묻자 "숫자가 좋지 않나"며 "2020이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이 좋은 것 같다. 나 역시 좋은 해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경란은 '우다사'에서 이혼 후 일상을 털어놓는 등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되게 웃긴 게 뭐냐면, 제가 방송을 너무 오래 한 거죠. 사람들이 50살은 된 줄 알았다고, 부장은 되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얘기도 장난스럽게 하는 게, 그만큼 TV를 켜면 늘 나왔고, 그정도로 제가 일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작년과 비교해서 올해는, 숫자가 마음에 들어서 좋아요. 44 말고 2020이요(웃음)"
그러면서 그는 "30대 후반에는 한살 한살 먹을 때마다 마치 디데이가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진짜 마흔을 찍나, 싶었는데 40 넘어가고 나니 오히려 나이를 카운팅하는 게 의미 없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나이는 굳이 생각 안 해요. 생각해도 시간은 가고, 생각하지 않아도 시간은 가잖아요. 스스로 나이에 얽매이는 순간 많은 걸 잃는데, 나이를 의식하지 않으면 굉장히 많은 기회와 상황이 펼쳐지죠. 저 스스로 움츠러들지 않도록 하려고 해요. 그런데 이런 얘기하면 늙은 거라면서요? 하하."
예상보다 훨씬 유쾌한 경란씨, 김경란과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우다사 이야기로 흘러갔다.
"작년 초에, 절친 언니와 푸켓에서 한달 반 살기를 했어요. 휴양 겸 관광 목적으로 따라갔는데 언니와 무에타이를 한달 반 하고 왔죠. 그게 꼭 1년 전 일이었네요. 작년 초 6년간 몸 담았던 회사를 나와 리얼 프리랜서가 되면서 한 해를 어떻게 보낼까에 대해 고민도 많았고, 막막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라디오 진행도 하고, 연극도 두 편이나 하면서 정신 없는 한 해를 보냈죠. 그러던 와중에 10월쯤 우다사 팀을 만나, 정신없는 연말을 보냈네요.(웃음)"
우다사를 통해 그는 마치 이미지로써 그 자신인 양 대중에 각인됐던 방송인 김경란 아닌 인간 김경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은 20년 베테랑 방송인인 김경란에게도 꽤나 낯선 경험이었다.
"그동안 저는 내 직업으로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들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다른 역할이잖아요. MC가 아니라, 신동엽 오빠가 저에게 물어보면 대답하는 입장이다 보니 진행자로서 그간 가져야 했던 여러가지 덕목이 아니라, 여기선 어떻게 하면 진짜 내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지금까지는 사람들은 네 이야기에 관심 없다는 말과 너는 듣는 사람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람이라는 훈련만 받았기 때문에 제 이야기를 한다는 게 좀 낯설기도 해요."
무엇보다 우다사는 출연진의 전면에 이혼이라는 아픔을 내세운 만큼, 김경란의 출연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다만 당사자인 김경란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 자체가 적지 않은 고민의 요소였다.
세상 진지한 삶을 살아온 김경란은 "새해엔 좀 더 가벼워질 것"이라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사진|유용석 기자
"처음엔 좀 힘들었죠. 스스로 내가 그럴 형편도 아니고, 나는 이 프로그램(우다사)에 나오는 것만 해도 벅차 이렇게 생각했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낯설고, 모든 게 낯설었는걸요. 그런데 그것도 또 그래요. 뭔가 크고 힘들었던 일에 대해, 그것을 얼른 놓을수록 나에게 유익한데 어떻게 보면 내 스스로가 나를 아프게 하고 있었던 거죠.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 그냥… 이런 얘기를 어떻게 방송에서 리얼에서 얘기하겠어, 내 솔직한 마음은 무덤으로 가져가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두려움도 컸어요."
때문에 김경란은 우다사에 합류한 이후에도 스스로 멘트에 자체 검열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진짜 정신 바짝 차리려고 노력했어요.(웃음) 그런데 이젠 제작진과 출연진간 믿음이 생겼죠. 어떻게 보면 그냥 즐거운 일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인생의 고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고, 관계에 대한 스토리도 있을 수 있으니까.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게 너무 가십거리로만 흐르지 않도록, 제작진이 그런 부분을 조심해주는 그런 신뢰관계가 생긴거죠. 사람 인생이라는 게 다 그렇잖아요. 솔깃할만한 자극적인 이야기, 일들도 누구의 삶에나 있을 수 있는데 만에 하나 얘기하다 울컥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런 것들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거나 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한껍질씩 벗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첫 회 방송에선 김경란이 부모님의 반응을 언급하며 눈물을 쏟아 시청자도 눈물 짓게 한 바 있다. 당시에 대해 묻자 김경란은 잠시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담담하게 부모님의 이야기도 꺼내놨다.
"부모님은, 나의 좋은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내가 행복하기를 원하셨던 거잖아요. 내가 아팠던 시간들이,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부모님이 아프셨던 게 아니라 내가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프셨던 건데, 이제는 집에서 보던 모습으로 촬영하니까 보시면서 한탄하시기도 하고, 저게 아직 애구나 이러시기도 하고. 굉장히 이입해서 많이 보세요. 지금까지의 너무 진지했던 삶에서 벗어나 즐겁고 유쾌한 것을 가미하고 싶어서 하는 이야기들에 아이고~ 하시기도 하고요."
만나고 싶은 스타일의 남성상에 대해서도 거침 없이 솔직했다. 김경란은 "사람이 되게 욕심이 많은 게, 엄청 듬직하고 든든한 존재도 좋지만, 즐겁고 유쾌한, 너무 진지하지만도 않고 부담 없이 그 사람을 탐구하고 싶은 존재도 만나고 싶어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상황과 조건, 관계 등에 집중했다면 이젠 사람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야기인데, 부모님은 그런 모습이 아이같이 느껴지실 수도 있겠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하하. 잘 조율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새해 계획을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좀 더 가벼워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너무 무겁고, 진지하게만 생각햇어요. 누구도 뭐라 안 했는데 제가 제 자신을 그렇게 하고 있더라고요. 이젠 좀 가벼워지려고요. 우다사가 한 몫 해줬네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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