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팬 여러분이 기대한 게 이런 부분이었던 거죠."
프로농구 전주 KCC 전창진 감독이 모처럼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KCC는 어제(21일) 전북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 경기에서 96-83으로 이겼습니다.
3점슛 21개를 던져 13개를 성공, 정확도가 62%나 됐고 무엇보다 이정현, 라건아(이상 22점), 이대성(20점) 등 '빅3'가 모두 20점 이상을 넣었습니다.
KCC는 지난해 11월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라건아와 이대성을 한꺼번에 영입, 기존의 이정현, 송교창과 함께 '슈퍼 팀'을 결성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이후 정규리그 3라운드에서 8승 1패로 무섭게 치고 올라가며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보였으나 4라운드 들어서는 어제(21일) 승리 전까지 1승 5패, 최근 3연패를 당하며 주춤했습니다.
특히 '이정현과 이대성의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습니다.
전창진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 이후 첫 경기였던 어제(21일) 오리온 전에 1쿼터에는 이정현, 2쿼터에는 이대성을 번갈아 내보냈다가 2쿼터 후반부터 둘을 동시에 기용했습니다.
전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그런 평가에 가장 속이 타는 게 저"라며 "해법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오늘 이대성을 포인트가드로 썼는데 괜찮았다"며 "전체적인 경기 조율과 동료를 살려주는 어시스트, 자기 득점 등 세 가지 부분에서 다 잘 됐다"고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전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에 선수들과 이야기도 많이 했다"며 "그런 부분에서 (이)대성이가 자신의 역할을 잘 받아들였고 (무리한 공격을) 자제하는 모습도 보여줬다"고 칭찬했습니다.
이정현 역시 경기를 마친 뒤 "오늘 승리보다 이대성, 라건아 모두 오랜만에 신나게 경기를 한 것이 더 좋다"며 "앞으로도 양보할 부분은 서로 양보하면서 팀플레이가 잘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적 후 처음으로 한 경기에 어시스트 4개를 배달한 이대성은 "이렇게 (세 명이) 다 잘한 경기는 처음인 것 같다"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런 시작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대성은 "공격에서는 이정현, 라건아처럼 좋은 선수들이 있으니 저는 덜 하고, 수비에 치중해서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며 "가드 보면서 패스 전달하고, 찬스 나면 넣어주는 것이 KBL에서 가야 하는 방향 아니냐"고 덧붙였습니다.
인터뷰실에 함께 들어온 라건아가 최근 인종 차별 등 인신공격성 메시지를 받았던 사실을 공개하고 이후 올스타전을 거치면서 상황을 이야기하자 이대성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슈퍼스타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저도 입에 담지도 못할 얘기들을 엄청나게 들어왔다"고 농담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정현이 "욕 많이 먹은 것은 내가 1호야"라며 '셀프 디스'를 했습니다.
코트 밖에서 라건아가 겪은 어려움을 짓궂은 농담으로 감싸준 것처럼 앞으로 코트 안에서도 이정현, 이대성, 라건아가 행복 농구를 본격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이번 시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의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