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총 30%룰 수시적용"…암초 만난 삼성전자
입력 2020-01-21 17:57  | 수정 2020-01-21 20:04
연초부터 신고가를 갈아치우던 삼성전자 주가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끼어들었다. 작년에도 화제가 됐던 코스피200 지수 내 시가총액 비중 상한제(CAP) 적용 문제다. 올 들어 삼성전자가 코스피200 지수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높아지자 한국거래소가 '시총 비중 상한제'를 수시로 적용하는 방안을 카드로 내밀었다.
21일 한국거래소는 삼성전자가 코스피200 지수 내 시총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올해 시총 비중 상한제를 수시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기존 시총 상한제에 따른 비중을 정기 변경하는 매년 6월과 12월 외에도 수시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오는 6월 정기 변경 전이라도 수시 변경 여부는 아직 미정으로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의 코스피200 지수 방법론에 따르면 특정 종목 편입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져 연계 상품 운용이 곤란한 경우에는 정기 조정 전에도 수시로 CAP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만한 사안이 아닌 만큼, 향후 관계 기관 의견 청취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가장 유력한 수시 변경 적용 시점은 2월이 아닌 3~5월 만기일 다음 거래일이 될 전망이다. 안길현 한국거래소 인덱스관리팀장은 "현실적으로 2월 중 수시 변경은 규정상 가능하지만 업계 관계자 의견을 두루 종합하고, 삼성전자 시총 비중 추이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며 "향후 주가지수운영위원회 등 여러 회의체를 거친 뒤 결정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총 비중 상한제는 코스피200, KRX300 등 지수 내 특정 종목 편입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질 때 발생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6월 국내 증시에 도입됐다. 매년 5월과 11월 마지막 거래일을 기준으로 직전 3개월(3~5월, 9~11월) 평균 시총 비중이 30%를 초과하면 6월과 12월 만기일 종가 기준 가중치 'CAP 비율'(0~1 사이 값)을 적용해 30% 한도를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에 CAP가 씌워지면 실제 주가 움직임에 비해 코스피200 지수는 이를 축소해서 반영하게 된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000원(1.60%) 내린 6만1400원으로 하락했지만 20일 종가 기준 6만24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작년 8월 말까지 4만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는 올해 1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코스피200 지수 내 시총 비중은 작년 9월 평균 28.74%에서 지난 20일 기준 33.51%까지 올라갔다. 이 때문에 작년 12월 편입 비중 정기 변경을 앞두고 삼성전자에 CAP 적용 여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9~11월 평균 시총 비중이 29.69%로 근소하게 30% 미만으로 내려가면서 CAP 적용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1월 들어 줄곧 30%를 웃돌았기 때문에 3월께 시총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삼성전자는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는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패시브 자금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24조원대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상장 ETF(상장지수펀드) 자금이 19조~20조원, 공모 인덱스펀드가 5조원, 나머지는 연기금 등이 차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전균 삼성증권 이사는 "이미 ETF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른 30% 한도를 맞추기에 CAP를 수시 적용해도 삼성전자 패시브 매도 물량이 거대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인덱스펀드와 연기금에 한해 편입 비중 조정 시점에서 일회성 매도 물량이 주가에 영향을 줄 순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금융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시총 상한제 적용보단 관련 법규 개정이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정책 당국이 주가 시세에 흔들리기보단 기본적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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