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737맥스`위기 수렁빠진 美보잉, 100억달러 차입나서
입력 2020-01-21 16:24 
보잉은 아에로멕시코와 737맥스 운항 중지로 인한 피해 보상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지난 6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3월 에티오피아항공기(737맥스 기종) 전원추락 사망 사건 이후, 보잉은 해당 기종 운항 중지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아메리칸항공 등과도 합의에 나섰고 보상 비용을 지급...

최근 2년새 '비행기 추락 전원 사망'사건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100억 달러(약 11조6050억원) 규모 빌리기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CNBC는 보잉사가 737맥스 사고 여파에 따른 비용 상승과 실적 부진 탓에 100억 달러 이상을 차입하기위해 금융업체들과 협상에 나섰다고 2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 투자자들은 이른바 '가치투자'를 내세운 투자현인 워런 버핏이 보잉 구원투수로 나설지 여부에 촉각을 모으고 있다.
보잉사 주가는 하락세를 그으면서 지난 20일(현지시간) 기준 주당 324.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 출처 = 블룸버그]
보잉이 빌리려는 100억 달러는 기존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제프리스 등 투자업계는 이달 초 보잉이 이번 분기에 50억 달러 규모 부채를 조달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현재까지 보잉은 주요 은행으로부터 60억 달러 상당을 확보했고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웰스파고, JP모건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차입 계약은 일단 약정을 맺고 나중에 보잉이 필요할 때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도록 2년 시한 딜레이드드로(delayed draw) 형태다.
이 방식은 신용등급 하락 회피를 염두에 둔 것이다. CBNC는 "보잉의 딜레이드드로 방식 차입 계약은 당장 신용도를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앞서 지난 주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보잉 신용 등급 하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은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잉사 투자에 참여할 지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버핏 회장은 에티오피아 사고 직후인 지난해 4월 CNBC와 인터뷰에서 "737맥스 기종 사고에도 불구하고 보잉은 건재할 것"이라고 CNBC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 앞서 2012년 버핏 회장은 당시 파업 위기에 처한 GM(제너럴 모토스) 주식 2500만주를 사들여 GM 재기에 힘을 더하기도 했다.
다만 보잉은 오는 29일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이미 어두운 전망이 나온 상태다. '베스트셀러'이던 보잉 737맥스 기종 결함이 지난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와 지난해 3월 에티오피아항공 탑승자 전원 사망 추락사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중국에 이어 전세계 40여국이 줄줄이 운항 보이콧을 선언한 여파다
결국 이달 들어 보잉사는 737맥스 기종 생산 중단을 선언했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737맥스 생산 중단 때문에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0.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최대 부품 공급 하청업체인 스피릿에어로시스템은 생산 중단 결정 탓에 전체 직원의 15%에 이르는 미국 직원 2800명을 대규모 해고하기로 했다.
737맥스 기종은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여객기와 2019년 3월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추락 참사로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40여 개국에서 운항이 정지됐다. 보잉사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도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 항공이 운항 중지 기간을 오는 6월까지 연장하기로 한 상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잉사 항공기 인도실적(380대)은 8년만에 경쟁사인 유럽의 에어버스(863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보잉이 새로 수주한 상용기 대수(246대)도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보잉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 12월 말 사임을 발표한 데니스 뮐렌버그 당시 최고경영자(CEO)는 하청업체들이 경영난에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보잉사로부터 6220만 달러(약 722억원) 상당의 돈을 챙기고 물러나는 것으로 알려져 눈총을 받았다.
보잉사는 737맥스 기종 사고 원인으로 비행통제 자동항법시스템을 지목하며 소프트웨어 수정 등 조치를 내놨지만 아직 당국으로부터 안전성을 확인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보잉이 미국 상·하원에 제출한 737맥스 관련 문서에서 직원들이 "나라면 그 비행기에 가족은 안 태울 것"이라든지 "조종사들이 바보같다"고 발언한 대화록이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지난 9일 공개돼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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