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마놀로블라닉' 구두에 GPS감시기…화웨이 멍완저우 신병인도 재판
입력 2020-01-21 11:27  | 수정 2021-03-16 09:38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으로 글로벌 시장이 잠시 조용해진 가운데 양국 갈등의 한 가운데 선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20일(현지시간) 캐나다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캐나다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컬럼비아 법원에서 멍 부회장 신병 인도 재판이 열렸기 때문이다.
멍 부회장은 긴 물방울 무늬 검정 원피스에 '명품 구두의 대명사'로 통하는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신었지만 한걸음 옮길 때마다 발목에 매단 GPS위치 추적기가 돋보였다. 위치추적기는 멍 부회장이 소지한 여러 나라 여권을 전부 반납하고 GPS장치를 부착해야 한다는 보석 조건에 따라 매단 것이다. 멍 부회장은 중국 이동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로, 지난 2018년 12월 1일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바 있다.
20일 변론에 나선 멍 부회장 측 리처드 펙 변호사는 "멍 부회장이 받는 사기 혐의는 허울 뿐이며 멍 부회장을 미국에 송환하는 것은 이중범죄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중범죄 규칙이란 캐나다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르는 경우를 정한 법규다.
지난해 12월 캐나다는 미국 측 주장에 따라 멍 부회장을 체포한 후 미·중 무역 갈등 사이에 끼게 됐다. 미국은 "멍 부회장이 2010~2014년 동안 HSBC은행을 속여 자회사인 스카이컴(SkyCom)을 통해 1억 달러 규모 이란과 거래하는 등 사기를 쳤다"는 입장이고, 캐나다 검찰도 미국과 같은 이유를 들며 멍 부회장이 범죄자라고 이날 법정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멍 부회장 변호인단은 당시 캐나다가 이란에 제재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멍 부회장의 행위가 캐나다에서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법을 위반했더라도 캐나다 법에 따라 불법이 아니라면 이중범죄 규칙 상 이중범죄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멍 부회장이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고 캐나다에서 석방될 수 있다.
이날 멍 부회장 재판을 앞두고 중국 외교부는 겅솽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멍 부회장 체포는 정치적 사건이며 그간 캐나다의 행보가 심각히 우려된다"면서 캐나다 사법부를 향해 "구체적으로 실수를 바로잡고, 가능한 빨리 멍 부회장을 안전하게 중국으로 돌려보내라"라고 요구했다.
때맞춰 화웨이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는 그 절차에 자신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고 화웨이 대변인은 "우리는 멍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할 캐나다의 사법제도를 믿는다"고 밝혔다.
멍 부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체포된 후 같은 달 보석허가를 받았다. 다만 14개월째 전자발찌를 차고 자택에 구금돼 있다. 미국신병인도 재판 심리는 오는 24일까지 이어지며, 외신에 따르면 최종 판결은 이보다 늦은 수개월 후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멍 부회장 부친인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가해 연설할 예정이다. 포럼에서 한정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멍 부회장 석방 관련 미·중 논의를 할 지 눈길이 쏠린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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