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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웃고 싶다” ‘SK 안방마님’ 이재원의 2020시즌 목표 [안준철의 휴먼터치]
입력 2020-01-21 05:05 
SK와이번스 이재원의 트레이드마크는 웃는 표정이다. 하지만 2019년 이재원은 웃음 때문에 욕을 먹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 SK와이번스 이재원(32)은 너무 웃어 욕을 먹는다.
최근 수년 간 SK 안방을 책임지고 있지만, 이재원은 2019시즌을 생각하면 웃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웃는 표정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SK는 키움에 3전 전패로 플레이오프에서 가을야구를 마쳤고, 이재원은 팬들에게 집중포화를 받았다.
지난 1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이재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지금 뭐라고 얘기해도 변명이 될 수밖에 없다. 내가 모두 잘못한 일이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 ‘웃음 논란은 이재원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프로야구 선수 중 이재원은 유독 생글생글하게 웃는 낯이다. 경기 중 웬만한 상황에서도 화를 내는 경우가 없다. 오히려 이재원의 환한 표정에 SK투수들은 심적으로 안정을 찾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원은 내가 무섭게 생기지 않았나. 와이프도 집에 있을 때 간혹 ‘화가 났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 그냥 무표정하게 있는데, 그렇게 물어본다. 그래서 야구장에 나오면 더 웃으려고 하고, 밝게 하려는 게 있다”며 화는 거의 내지 않는다. 화낼 일도 별로 없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재원은 ‘웃음 논란에 대해 결국 결과로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장을 처음 맡았던 2018시즌 이재원은 130경기에서 타율 0.329 17홈런 57타점을 기록하며 SK의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공신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2019시즌은 타율이 0.268로 떨어졌다. 홈런도 12개로 줄었다. 줄곧 선두를 달리던 SK도 가을 문턱에서 부진에 빠졌고,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1위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주장으로서 또 주전포수로서 이재원도 큰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다. 더구나 이재원은 2019시즌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고, 4년 총액 69억원이라는 조건에 SK에 남았다. FA 계약 첫해에 성적이 떨어진 것도 이재원에 대한 비난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다. 이재원은 정말 시즌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걸 여실히 깨달은 한 해였다”고 덤덤히 말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화를 내지 않는다고 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화도 많이 났다. 이재원은 혼잣말로 화를 삭혔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 2020시즌에는 주장을 내려놓는다. SK는 간판타자 최정(33)이 새로운 캡틴을 맡는다. 이재원은 주장은 선수단 앞에 나서서 할 일이 많았다. 지난 2년 동안 주장을 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며 올 시즌부터는 뒤에서 지켜보겠지만, (최)정이 형을 많이 돕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주장직을 놓지만,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지난해 원투펀치였던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앙헬 산체스(31·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모두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재원은 우리팀은 좋은 젊은 투수들이 많다. 더구나 문승원(31)과 박종훈(29)이라는 든든한 토종 선발이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막 선발투수로 나섰던 선수들인데, 이 자그마한 야구중에서 10승 투수, 국가대표 투수가 됐다. 가능성이 많은 젊은 투수들에게는 좋은 롤모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이재원과 호흡을 맞췄던 투수들 3명이 해외로 진출했다. 2019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한 메릴 켈리(32)까지 포함하면 그렇다. 이재원은 운 좋게도 실력이 뛰어난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다들 잘 돼서 좋고, 이번에 메이저리그와 일본으로 간 (김)광현이와 산체스 모두 잘됐으면 좋겠다”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이재원은 모처럼만에 국내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보통 이재원은 1월초 해외에서 몸을 만들었다. 특히 이재원은 저연봉 후배들까지 자비를 들여 해외 개인훈련을 실시했는데, 올해는 둘째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천에서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원은 시즌 후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리프레쉬했다. 하루일과는 아침에 첫째를 놀이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야구장에 나온다. 야구장에 나오는 선수 중 첫 번째 아니면 두 번째일 경우가 많다”며 보통 이 시기에 해외에 있는데, 그냥 조용히 몸을 만들고 있다”며 내년에는 다시 후배들을 데리고 따뜻한 곳에서 훈련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몸상태도 좋고, 훈련과정도 좋다. 그러나 이재원은 독을 품었다. 작년에도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한 경기, 한 이닝이 아쉬웠다. 결과가 좋지 못했다. 결과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게 된 한 해다.”
그렇게 말하는 이재원의 표정은 밝았다. 물론 웃는 듯 웃지 않았다. 숫자적인 목표는 없다. 올해는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고, 당시에 집중하겠다. 시즌이 끝난 뒤 웃고 싶다.” 이재원의 각오는 단단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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