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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3대 핀테크, 한국行…15조 송금·환전시장 `먹잇감`
입력 2020-01-19 18:06  | 수정 2020-01-19 21:13
◆ 2020신년기획 / 자본시장 혁신 현장을 가다 ① / ① 디지털 혁신이 경쟁력 ◆
# 국내에서 시중은행을 통해 해외로 환전·송금하려면 4~6%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1000달러(약 120만원)를 송금하는 데 평균 50달러(약 6만원)가 필요한 셈이다. 이는 전 세계 은행이 독점하다시피 사용해 온 스위프트(SWIFT) 결제 시스템 망을 이용해 '송금은행→중개은행→수취은행'에서 최소 세 차례 수수료를 떼고, 은행 간 전신료를 추가적으로 부과하기 때문이다.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오늘 송금해도 일주일 뒤에야 입금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당일 해외 송금 서비스는 자본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글로벌 자금 흐름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으며, 국경을 넘나드는 해외 투자가 더욱 활성화된다.
실제 영국계 핀테크 회사인 트랜스퍼와이즈는 수수료와 시간의 장벽을 허무는 데 성공하면서 설립된 지 10년도 안돼 기업가치 4조원을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떠올랐다. 트랜스퍼와이즈는 평균 수수료 0.74%를 적용하고 있고 이르면 20초 내에, 늦어도 24시간 안에 송금을 완료하는 금융 플랫폼을 제공한다. 매월 고객 600만명이 40억파운드(약 6조원)를 거래한다. 트랜스퍼와이즈는 국가별 현지 은행 네트워크를 구축해 실제로 돈이 국경을 넘지 않고도 송금·환전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했다. 영국이나 유럽권, 미국 등은 건당 송금 한도가 10억원을 넘고 연간 한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송금 규제가 자본 시장을 스스로 죽이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개인과 기업에 보다 특화된 환전·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월드퍼스트는 해외에서 올린 수익을 손쉽게 받을 수 있어 '자금 수취 전문기업'으로도 통한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의 유학이 늘고, 한국에서 근로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연간 해외 송금 액수가 15조원에 달하고 있다"면서 "이들 환전·송금 업체가 한국에 본격 진출할 경우 고율 수수료 장사에 안주하며 '우물 안 개구리'였던 시중 금융사나 규제와 경쟁에서 뒤처진 국내 핀테크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 남기현 팀장(싱가포르) / 정승환 기자(샌프란시스코) / 진영태 기자(런던) / 홍혜진 기자(뉴욕 보스턴)][ⓒ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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