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제야 종이증권 없앤 韓…싱가포르는 `증권형 토큰`으로 주식거래
입력 2020-01-19 18:03  | 수정 2020-01-19 21:16
마르코 바지올리 엠닥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해 말 엠닥 싱가포르 본사에서 외환·환율 보장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싱가포르 = 남기현 기자]
◆ 2020신년기획 / 자본시장 혁신 현장을 가다 ① / ① 디지털 혁신이 경쟁력◆
싱가포르의 상징 '마리나베이샌즈'에서 북쪽으로 2.5㎞가량 올라가면 싱가포르의 또 다른 랜드마크를 만날 수 있다. 1990년 이오 밍 페이(I M Pei)가 설계한 '트윈 타워' 게이트웨이다.
이오 밍 페이는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 '유리 피라미드'로 유명한 세기의 건축가다.
이 기념비적인 쌍둥이 빌딩의 서쪽 건물 6층에 싱가포르의 미래를 책임질 벤처기업이 싹트고 있다. 증권형 토큰 거래 플랫폼 '아이스톡스(iSTOX)'로 주목받고 있는 'ICHX테크'다.
가상화폐는 크게 코인과 토큰으로 나뉜다. 코인은 자체 메인 넷에서만 거래된다. 반면 토큰은 자체 메인 넷 없이 다른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다. 예컨대 이더리움은 오직 이더리움 플랫폼에서만 작동하는 '코인'이지만 파워레저는 이더리움, 빗썸 등에서 사고팔 수 있는 '토큰'이다. 바로 이 토큰의 증권화가 오프라인 증권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리우스 리우 ICHX테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아이스톡스는 스타트업·벤처기업 주식을 토큰화해 매매하는 거래소"라며 "우리의 증권형 토큰은 단순 전자증권을 넘어 블록체인 기술로 프로그래밍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토큰에 특정 투자자의 거래금지 코드를 심으면 해당 투자자는 이 토큰에 투자할 수 없다. 이제 막 종이 주식을 단순 전자화하는 수준에 도달한 한국과 비교된다.
이 같은 혁신기술에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날개를 달아줬다. 아이스톡스에 한국예탁결제원(증권 청산·결제)과 증권사(중개) 기능을 승인해준 것이다. 기존 증시에서 한 종목을 사면 투자자의 매수 정보가 증권사를 거쳐 예탁결제원(싱가포르는 CDP)으로 들어가 명의 등록이 이뤄진다. 팔 때도 마찬가지다. 주식을 팔면 이틀 후에 돈을 받을 수 있는 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스톡스에선 이 과정이 필요 없다. 증권형 토큰에 실시간 증권 수탁·명의 변경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어 팔자마자 곧바로 계좌에 돈이 들어온다. 리우 CSO는 "주식뿐 아니라 채권으로까지 범위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도심 외곽의 플레이페어에는 또 다른 혁신기업 '엠닥(m-DAQ)'이 '신화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엠닥은 세계에서 가장 싼 수준의 환전 수수료를 제공한다. 다중통화결제리스팅(MCL) 기술이 이를 가능하도록 했다.
글로벌 은행들은 금액별로 다른 환전 수수료를 책정한다. 예컨대 A은행은 환전 금액 1만~100만원 구간에 8%, 101만~500만원에 7%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구간별 수수료율은 은행마다 천차만별이다. 엠닥은 글로벌 은행 11곳과 제휴해 실시간 수수료율 데이터를 확보하고, 금액대별로 가장 싼 환전 수수료 산출 시스템을 개발했다. 산출된 수수료는 '외환·환율 보장 솔루션'과 접목된다. 이를 통해 산출된 수수료를 24시간 고정으로 보장해주는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여기엔 선물환 매매 등 여러 수단이 활용된다.
엠닥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알리바바는 지분 40%를 확보해 자사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에 엠닥 솔루션을 탑재했다. 한국에서 1월 17일 오후 8시 10분 을 기준으로 피나클 블루투스 제품가격을 비교했을 때 알리에서는 20만8992원이었지만 다른 굴지의 쇼핑몰에선 23만5692원이었다. 가격 차는 환전 수수료 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실시간 환율 변동에도 불구하고 알리에서는 이 제품 가격이 17일 하루간 무조건 20만8992원이었다.
자본 시장 메카인 미국에서도 디지털 혁신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예가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의 혁신은 '기업공개(IPO) 자동화'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종전 IPO 업무 127개 중 60개는 사람 없이도 수행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딜 링크'란 컴퓨터 알고리즘에 맡겼다.
[기획취재팀 = 남기현 팀장(싱가포르) / 정승환 기자(샌프란시스코) / 진영태 기자(런던) / 홍혜진 기자(뉴욕 보스턴)][ⓒ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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