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핀테크 감싸는 금융당국…역차별에 우는 카드사들
입력 2020-01-19 17:30  | 수정 2020-01-19 21:27
정부 혁신성장 정책에 따라 핀테크 기업에 다양한 혜택이 부여되는 반면 같은 업무를 하는 신용카드사들은 '2003년 카드사태' 후속 조치로 도입된 규제에 시달리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핀테크 기업에 대한 느슨한 규제 때문에 건전성 악화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같은 일을 해도 핀테크가 하면 '혁신'이고, 카드사가 하면 '적폐' 취급을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자인 간편결제업체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업 규제를 받는다. 이 법엔 건전성이나 영업행위 규제가 거의 없다. 처음 등록할 때 자본금 20억원만 있으면 된다.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 유지하도록 하지만 이는 경영지도 기준일 뿐이며 강제성은 없다.
이에 비해 기본적으로 결제 업무를 대행하는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자기자본과 레버리지(대출) 비율 등 건전성 규제를 받는다. 카드사는 총자산이 자기자본 대비 6배를 넘을 수 없다. 카드사태를 겪은 이후 강화된 조치다. 그러나 당시에 비해 카드사들 건전성이 획기적으로 강화된 만큼 규제 완화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차별적 규제 속에서 간편결제업체들은 소비자 보호 방안 미비에도 불구하고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하루 평균 간편결제 액수는 1628억원에 이른다. 간편결제업체에 쌓인 선불 충전금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1조5000억원이다. 웬만한 저축은행 자산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마케팅 규제도 간편결제업체와 카드사에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55개 간편결제업체들은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만 1000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토스는 KB국민카드를 발급받아 4만원 이상 결제한 고객에게 현금 5만원과 토스머니 4만원 등 9만원을 준다. 반면 카드사는 온라인으로 카드 발급 시 연회비의 100% 넘는 혜택을 줄 수 없다. 카드사들이 상품을 출시할 때 과도한 부가 서비스를 담지 못하는 가이드라인도 31일부터 시행된다.
'혁신'을 앞세운 핀테크 기업의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사보다 높은 것도 카드사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때문이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는 정부가 소상공인 보호 목적으로 계속 낮추면서 현재 0.8~1.6%에 그치고 있다. 이와 달리 간편결제업체는 가맹점 수수료 제한이 없다. 현재 간편결제업체 수수료는 약 2.5%에 달한다. 연매출 5억~10억원인 가맹점에 대한 카카오페이 수수료는 2.42%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카드사를 중심으로 '차별적인 규제'라는 불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와 간편결제업체 모두 '결제' 업무를 하는데 규제는 전혀 다르다"며 "핀테크 활성화를 명목으로 핀테크 업체는 봐주고 카드사는 10년 전 도입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카드사들이 비대면 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간편결제업체 등이 보유한 플랫폼과 협업을 늘리면서 '을'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올 하반기엔 간편결제업체에 대해 소액 후불 결제 허용이 예고되면서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자기자본을 200억원 이상 확보한 기업들만 후불 결제를 할 수 있었으나 핀테크 업체에 이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간편결제업체들은 후불 교통카드 서비스 등을 선보일 전망이다. 후불 결제 허용액은 월 30만~60만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카드 돌려막기'처럼 고객들이 간편결제업체에서 잇따라 돈을 쓰고 갚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액이라고 하지만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고객 3000만명이 두 곳에서 각각 30만원씩만 신용을 쓴다고 단순 계산하면 대출 18조원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중국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지난해 1월부터 간편결제업체에 지불준비금 의무를 부여했다. 고객의 선불충전금 전액을 인민은행에 맡기도록 한 것이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나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핀테크 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들 기업을 핀테크라는 이유로 지원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소비자 보호 조치 등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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