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안법 개정] 원청 책임 커졌지만…"용균이 없는 김용균법"
입력 2020-01-17 19:30  | 수정 2020-01-17 20:31
【 앵커멘트 】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던 하청업체 직원 김용균 씨가 숨진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 이른바 김용균법이 28년 만에 개정돼 시행됐습니다.
MBN과 고용노동부,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사고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연중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첫 순서로 개정된 김용균법의 명암을 길기범, 신용식 기자가 차례로 짚어봤습니다.


【 기자 】
몸에 장비를 가득 멘 사람들이 로프에 매달려 오르락 내리락합니다.

빌딩 외벽작업을 할 때 추락을 막을 전문 기술을 배우는 건데 외벽작업을 지시하는 원청 건물관리업체 대표도 참가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원청의 안전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면서보다 안전하게 일하는 방법을 배우기위한 겁니다.

▶ 인터뷰 : 조욱래 / 건물관리업체 대표
- "근로자도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오히려 작업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사고가 나면 사업주의 처벌수위도 높아져 현장이 더 안전해질 거란 기대도 큽니다.


▶ 인터뷰 : 서영익 / 외벽 노동자
- "선진국들이 하는 것처럼 작업한다면 가족들도 걱정을 덜하고, 저도 이제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정작 김용균 씨를 숨지게 한 발전소는 여전히 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발전소 내부는 분진이 가득하고, 근로자는 랜턴 하나에 의지해 기계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도급 금지 업종에 발전소가 제외되면서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게 이들의 얘기입니다.

▶ 인터뷰 : 화력발전소 근무자
- "뭐라도 해서 바꿔보자는 게 있었어요. 그 결과가 이거라고 하니까 정말 탄식밖에…."

최근 5년 동안 발전소에서 산재 사고로 발생한 사상자 중 98%가 하청 근로자였지만 정작 김용균법에 용균이기 없는 셈입니다.

▶ 스탠딩 : 길기범 / 기자
-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하청 근로자 김 군이 숨진 구의역입니다. 하지만 이 법엔 김 군도 없습니다. 인권위마저 법안 개정을 권고했지만 이를 외면한 채 법은 시행됐습니다."

▶ 스탠딩 : 신용식 / 기자
- "김용균, 구의역 김 군이 모두 빠진 산업안전보건법, 그렇다면 법안에 포함된 직군이라도 제대로 보호받고 있을까요. 시행 첫날부터 현장 곳곳에서 빈틈이 발견됐습니다."

5년간 배달일을 해온 전 모 씨,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드디어 안전보호 대상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10분 남짓한 시간동안 배달해야해 여전히 도로 위를 아찔하게 달리고 있습니다.

바뀐 법에 '사고를 유발할 정도로 시간 제한을 두면 안 된다'는 규정이 생겼지만 구체적인 기준이나 처벌 조치는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배달 노동자
- "배달 시간 5분 지나서 손님이 취소요청을 해서 사비로 물어줬거든요. 아무래도 위험한 순간이 있기 때문에…. "

법의 빈틈을 파고드는 기업들의 꼼수도 늘고 있습니다.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의 하청이 금지되자, 외주직원 2인 1조로 진행하던 작업을 직접 고용한 1명이 맡게하는 식입니다.

대기업조차 이정도여서 노동계는 결국 위험의 외주화를 막지 못할거라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이병용 / 금속노조 비정규직 지회장
- "한 명이 일한다는 것은 노동강도를 높이고 산업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겁니다."

법안 통과 과정에서 재계의 반발에 법안이 후퇴한 겁니다.

▶ 인터뷰 : 김미숙 / 고 김용균 어머니
- "많은 사람을 살리지 못하는 법이 돼서 (용균이한테) 고개를 들 수 없는 법입니다."

영상취재 : 변성중, 김회종 기자·김광원, 홍현의 VJ
영상편집 : 이재형·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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