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국종-아주대 결별하나…이 교수, 15일 귀국후 광폭행보
입력 2020-01-17 14:51  | 수정 2020-01-17 16:28
닥터헬기 앞에서 이야기 나누는 이국종 센터장 [사진 = 연합뉴스]

외상센터 운영을 두고 아주대병원측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며 사실상 아주대병원과의 결별수준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인 이 교수는 지난 한달 동안 태평양을 횡단하는 해군순항훈련에 참가한 뒤 15일 경남 진해군항으로 귀국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언론을 통해 외상센터 운영을 둘러싼 병원측의 불합리한 부분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가 하면 자신을 지지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찾아가 단독 면담을 하기도 했다.
친정인 아주대병원과의 결별설이 힘을 받는 건 그가 언론에 내비친 발언의 수위가 이미 마음을 정리한 듯 높기 때문이다. 그는 언론에 외상센터와 닥터헬기를 둘러싼 갈등,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의 욕설 등에 대해 적극 해명하면서도 그동안 쌓였던 응어리를 한꺼번에 풀어내기라도 하듯 극단적 단어를 자주사용하고 있다.

수년 전 자신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은 유 원장에 대해서는 "만만한 애들한테 욕지거리하기로 유명하다" "목숨걸고 상당히 위험한 일도 하고 있는데 계속 범죄인처럼 범죄자 다루듯이 하면 안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외상센터에 병실을 내주지 않아 센터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논란에 병원측이 공사로 인해 병실 배정이 쉽지 않았다고 해명하자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원색적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그는 "(외상센터 정상 운영을 위해) 죽을힘을 다해서 어떻게 밀어붙여 보려고 했거든요. 이젠 안 되겠어요"라며 사실상 아주대병원과의 결별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센터장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언론 질의에 "생각이 많다. 어차피 이렇게 못 끌고 간다. 이게 사람 사는 겁니까"라면서 정리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말의 행간을 뜯어보면 이 교수는 외상센터에 대한 애정은 깊으나 아주대병원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심경이 강하게 읽힌다. 그는 혈세로 운영되는 전국 17개 외상센터중 지난해에만 현금 63억원을 지원받을 정도로 규모가 제일 큰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를 정작 아주대병원은 적자의 주범식으로 평가해 필요없는 조직처럼 몰고가는데 대한 환멸을 호소해왔다. 그는 "이런 병원에서 더이상 외상센터를 운영하면 안된다. 저희 병원(아주대병원)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병원에서 하겠다는 곳이 굉장이 많다. 그런 병원에서 운영하는게 낫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병원으로의 이직 내지는 외상센터 독립 운영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교수가 전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찾으면서 아주대병원의 외상센터를 공공의료기관으로 이전해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이 교수는 이 지사를 배석자 없이 단독 면담했다. 이날 면담은 이 지사가 아닌 이 교수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 지사와 이 교수는 2018년 11월 전국 최초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닥터헬기 도입을 골자로 하는 '경기도 중증외상환자 이송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계기로 가까워졌다. 지난해 9월 이교수는 이 지사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 선고를 받자 선처를 호소하는 자필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도했다.
당시 이교수는 탄원서에서 "선진국형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직 도지사에 대해 베풀어주실 수 있는 마지막 관용"이라면서 "가혹한 심판을 받는 일만큼은 지양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매일경제신문은 이 지사와 이 교수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알기 위해 접촉했으나 이 교수는 전화기를 꺼놨고, 경기도측은 "배석자 없이 면담이 이뤄져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아주대병원 안팎에서는 "이 교수의 발언 수위를 보면 결별을 작심한 것 같다"면서 "무슨 계획이 있는지는 몰라도 병원을 떠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에 나선 만큼 총선 주자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2017년에도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로부터 차기 총선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이 교수는 "그런 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달까지 해군순항훈련에 파견돼 병원으로 출근하지 않는다. 이 교수에게 욕설을 한 유 원장 역시 의료기관 협력사업차 베트남에 체류 중이어서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유 원장은 다음주께 귀국할 예정이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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