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관 직원이 공금을 빼돌려 개인 쇼핑과 크루즈 여행에 사용하는 등 해외에 파견된 외교부 직원들의 회계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6일 '재외공관 및 외교부본부 운영실태' 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주미대사관은 매년 외교부 직원들로 하여금 현지 보험사와 의료 보험 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일부 보험료를 국고로 지원해주고 있다. 이때 보험사는 납부한 보험료 대비 보험금 수령액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을 환급해주고 있다. 환급액 중 국고에서 지원해준 비용 만큼은 반납해야 하는게 원칙이다.
그런데 주미대사관 행정직원 A씨는 2010~2015년 회계업무를 담당하면서 해당 환급액 무려 2만 9338달러를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1만 5060달러는 신용카드 대금으로, 1만 4278달러는 개인 생활비로 사적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플로리다주로 크루즈 여행을 가거나 버지니아주 내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등이었다. 회계업무에 대한 책임이 있는 총무서기관 B씨는 A씨가 내민 수표의 발행 목적이나 산출 근거를 확인하지도 않고 서명해줬던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A씨를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또한 주미 대사에게 재외공관 행정직원 규정 제14조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다.
또다른 대사관은 회계 결산을 앞두고 관서 운영경비 출납계산서의 잔액보다 계좌 잔고가 부족해지자 회계 장부를 허위로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대사관 직원 B씨는 계좌 잔고가 모자르자 청사 CCTV를 설치하고 시스템 보수에 나섰다고 허위로 장부를 조작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행위를 감독해야 할 대사가 회계 담당 직원에게 부족분은 개인 돈으로 변제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점이다. 이에 담당 직원은 개인 돈 5486달러를 관서 운영비 계좌에 입금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외교부 장관에게 관서운영경비 출납 업무를 태만하게 처리한 공무원들을 국가공무원법 82조와 외무공무원법 29조에 따라 징계 조치 내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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