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일 '김용균법' 시행…노동계 "하청 노동자 안전 우려"
입력 2020-01-15 15:39  | 수정 2020-01-22 16:05

'김용균법'이 내일(16일) 시행돼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이 대폭 강화됩니다.

경영계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과도해질 것으로 우려하는 반면,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는 데 여전히 부족하다고 비판합니다.

◇ 산재에 대한 원청 사업주 책임 강화

오늘(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내일(16일)부터 시행됩니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전면 개정된 산안법은 하청 노동자의 산재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로 산재 예방의 사각지대에 놓인 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외주화를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개정 산안법은 산재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 범위를 기존 22개 위험 장소에서 원청 사업장 전체와 사업장 밖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위험 장소로 확대했습니다.

도금 작업과 수은·납·카드뮴 가공 작업 등 위험 작업은 사내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독성 물질 취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업은 사내 도급을 할 경우 승인을 받도록 했습니다.

원청 사업주가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처벌 수준도 기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아졌습니다.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 밖에도 개정법은 보호 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바꿔 특수고용직(특고)과 배달 종사자 등도 보호를 받도록 했습니다.

또 중대 재해가 발생해 주변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장에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건설업의 경우 원청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타워크레인 등의 설치·해체 작업에 필요한 안전 조치를 해야 합니다. 산재 예방 의무도 사업주뿐 아니라 건설 공사 발주자 등으로 확대했습니다.

◇ "사업주 과도한 처벌 우려" vs "하청 노동자 보호 역부족"

경영계에서는 개정 산안법 시행으로 사업주가 산재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이 14일 1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한 간담회에서는 개정법이 '처벌 위주'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노동자의 안전 수칙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경영계는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지시를 할 경우 불법 파견 논란을 낳을 가능성도 우려합니다. 도급 계약에서는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동자에게 지휘·명령을 할 수 없습니다.

노동부는 원청의 안전 지시는 불법 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지시를 두고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노동계는 개정 산안법이 하청 노동자 보호에 크게 못 미친다고 비판합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법의 도급 금지 범위가 좁고 전면 작업 중지 요건도 까다롭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산재를 낸 사업주에 대한 하한형을 도입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거론했다. '징역 1년 이상'과 같은 식으로 표현되는 하한형을 적용하면 강한 처벌이 가능해집니다.

노동계는 노동부가 하청 노동자 보호를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사항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권위는 작년 11월 도급 금지 범위 확대와 하청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 등을 권고했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입장문에서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무시한 개정 산안법 시행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며 정부에 인권위 권고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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