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펀드도 脫한국…해외펀드 비중 30% 돌파
입력 2020-01-14 17:21 
해외 투자 펀드 규모가 180조원을 넘어 전체 펀드의 3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수로 따지면 아예 30%를 넘었다.
해외 투자 펀드는 전체 운용자산 중 60% 이상을 해외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일컫는다. 해외 투자 펀드의 급성장세는 주로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관련 사모 해외 투자 펀드가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해외 투자 펀드 설정액은 183조7000억원으로 전체 펀드 설정액의 28.3%에 달했다. 해외 펀드 중에선 사모펀드 비중이 공모펀드의 4배 정도였다.
모집 형태별로는 사모펀드 설정액이 146조원으로 79.5%였고, 공모펀드는 37조7000억원으로 20.5%에 그쳤다. 해외 투자 펀드는 지난해 말 4673개로 전체 펀드의 30.7%였다. 연말 기준으로 처음 30% 선을 넘었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에 국내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자 수익이 좋은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계속 늘고 있다. 또 부동산 펀드는 국내에서 투자 대상을 찾는 데 한계가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해외 부동산 사모펀드가 크게 늘어났다.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해외 투자 펀드 비중은 설정액 기준으로 2014년 말 14.2%에서 2015년 말 15.3%, 2016년 말 17.4%, 2017년 말 22.2%, 2018년 말 24.7% 등으로 상승했다.
투자 유형별로 보면 그동안 해외 투자 펀드는 부동산형이나 선박·항공기·유전·지식재산권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특별자산형, 부동산과 특별자산에 함께 투자하는 혼합자산형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5년 전만 해도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이 우세했으나 부동산과 특별자산 등 비전통 자산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국내에서 투자처를 쉽게 찾기 힘든 특별자산형 사모펀드가 해외 펀드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DLF·라임' 사태로 연말 사모펀드 성장률이 다소 둔화했지만 해외 투자 펀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이 DLF·라임 사태 초기인 작년 7월 말 386조6000억원에서 그해 12월 말 412조4000억원으로, 25조8000억원(6.7%) 늘어날 동안 사모 해외 투자 펀드 설정액은 127조원에서 146조원으로 19조원(15.0%) 증가했다.
부동산형 설정액은 작년 말 54조5000억원으로 2014년에 비해 7.46배 늘어났다. 특별자산형은 작년 말 45조9000억원으로 7.4배 늘어났다. 혼합자산형 역시 2014년엔 2000억원으로 규모가 미미했지만 작년엔 12조1000억원을 기록해 5년 만에 60.5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파생형은 17조3000억원으로 2.66배 늘어났다. 반면 주식과 채권의 증가세는 크지 않았다. 주식형은 18조원으로 5년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채권형 역시 작년 말 8조2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이 늘어났다.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과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데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투자 업계에 우려를 전달하고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7일 '금융투자업권 CEO 간담회'에서 "국민경제 선순환을 위해서는 국내 자본시장에 보다 많은 자금이 투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금리 시대에 갈수록 커지는 중위험·중수익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다양한 투자상품이 개발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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