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제조기란 별명이 붙은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또 실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2000년이란 긴 기간에 걸쳐 단일 민족·단일 왕조가 지속되는 곳은 여기(일본) 밖에 없다"고 후쿠오카현에서 열린 국정보고회에서 말했다고 도쿄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이미 지난해 아이누를 선주민족으로 명기한 아이누민족지원법이 통과된 상황이라 이번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아이누는 홋카이도에 살고 있던 민족이다. 아소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럭비월드컵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아소 부총리는 13일 열린 또 다른 강연에서도 "2000년에 걸쳐 같은 민족이 같은 언어로 같은 왕조를 유지하는 것은 세계 중에 일본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은 일본내 일반적인 인식과도 차이가 있다. 작년에 물러난 아키히토 상왕은 2001년 "내 개인으로서는 간무 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아소 부총리는 14일 "(아이누민족지원법 등) 정부 방침을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오해를 만들었다면 사과하고 발언을 정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소 부총리는 평소에도 차별적인 발언을 통해 실언제조기, 망언제조기란 악명을 갖고 있다.
작년 말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상대로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강제징용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한국내 자산 현금화가 실행되면 (한국에 대한) 금융제재에 착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어느 쪽이든 경제 규모가 작은 한국이 먼저 피폐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9월엔 자위대 행사에 참석해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대동아전쟁'이란 표현을 사용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총리던 지난 2008년에도 같은 표현을 사용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2차대전후 일본을 점령한 연합군총사령부는 대동아전쟁이란 표현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후 일본에서는 태평양전쟁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과 관련해서 창씨개명은 조선인들이 쓰게 해달라고 했다는 식의 발언을 내놓기도 하는 등 워낙 실언이 많다보니 일본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대학 교수 등이 참여한 '공적 발언에서 젠더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에서 뽑은 지난해 최악의 성차별 발언 정치인으로도 꼽혔다. 작년 2월 저출산고령화와 관련해 "노인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이 문제"라고 말해 당시에도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또 2017년엔 "90세가 되고서도 노후가 걱정된다는 사람들이 TV에 나오는데 언제까지 살아있을 생각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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