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제 수상작, 한국 관객 만난다
입력 2020-01-13 14:38  | 수정 2020-01-13 16:31

'르네 젤위거의 귀환'. 우리에겐 '기생충'의 한국 첫 수상으로 각인된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한 배우의 화려한 컴백을 알린 자리이기도 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의 브리짓으로 2000년대를 풍미했던 그녀는 2010년대 들어 영화계에 인상 깊은 족적을 남기지 못하다가, 이번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녀가 17년 만에 받은 골든글로브 주연상이자, 같은 시상식에서 총 네 번째 수상 기록. 젤위거에게 영광을 안겨준 '주디'는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로 분했던 주디 갈랜드가 마지막 런던 콘서트를 펼치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 개봉은 상반기.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각종 국제 영화제를 휩쓴 화제작이 극장에 몰려온다. 유수의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는 사실은 관객이 작품 선택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특히, 근래 한국영화의 선전으로 국제영화제에 대한 거리감이 어느 때보다 줄어든 만큼 올해는 수상작 프리미엄이 예년보다 클 것으로 극장가는 기대하고 있다.
다음달 12일 개봉하는 '작은 아씨들'은 세계 영화제에서 받은 트로피만 30개에 달한다. 상을 탄 부문은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색상, 음악상 등 전 분야를 아우른다. 스토리, 연기, 기술까지 모든 면에서 호평 받았다는 의미다.
원작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 '작은 아씨들'. 캐서린 헵번이 주연한 1933년판, 위노나 라이더 출연 1994년판 등에 이어 여덟 번째 영화화 작품이다. '레이디 버드'(2018)를 통해 여성의 인생과 성장을 조명한 그레타 거윅이 연출했으며,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엘리자 스캔런 등 20~30대를 대표하는 얼굴이 자매로 나온다.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 메그(엠마 왓슨),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시얼샤 로넌),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가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하는 제약을 극복하고 자립하는 내용을 담았다.

내달 극장에 걸릴 '페인 앤 글로리'는 '기생충'과 각종 영화제에서 경쟁구도를 형성한 작품이다.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기생충'이 가져간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 꼽혔으며, 이달 초 골든글로브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두고 '기생충'과 경합을 벌였다. 칸 영화제에서는 남우주연상을 안았다.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으로 주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알모도바르의 자전적 캐릭터 '살바도르'로 등장한다. 매너리즘에 빠진 채 삶에 의욕을 잃어가던 살바도르가 32년 전 작품의 배우 알베르토를 만나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는 내용을 감독 특유의 감각적 영상미를 통해 그려냈다.
오는 23일 관객과 만날 '사마에게'는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최우수다큐멘러리상에 오른 작품이다. 저널리스트인 와드 감독이 자유가 빼앗긴 시리아의 도시 알레포의 참상을 가장 깊숙한 곳에서 기록했다. 아사드 독재 정권이 지배하는 알레포에서 군대가 시민을 통제하는 모습을 위험을 무릅쓰고 찍어내 전쟁의 참상을 생생히 전달한다. 한 손에는 카메라를 한 팔에는 아이를 안은 엄마인 와드 감독이 "네가 고른 것도 아닌데, 너를 이런 곳에서 낳다니, 엄마를 용서해줄래"라고 묻는 장면이 가슴을 저민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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