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새해 들어서도 끝없이 몸값이 오르는 바트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7년여만에 달러 당 30바트 밑까지 떨어지면서 수출은 물론, 해외에서 일하며 고국에 돈을 부치는 태국 근로자들에게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것. 13일 오전 현재 국제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바트화는 달러 당 30.23으로 최근 미국·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평가절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바트화는 지난해 태국 경제의 탄탄한 수출 호조와 이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기조 등에 힘입어 채권 시장에 외국 자본이 대량 유입되면서 몸값이 뛰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31일에는 달러화 대비 29.73바트를 기록해 2013년 4월 이후 6년 8개월만에 30바트 아래로 떨어졌다.
바트화의 대외적 가치 상승으로 인해 수출과 여행산업에 의존하는 태국 경제는 비상이 걸렸다. 수출 부문의 동력이 약화돼 올해 국제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자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최근 재무부와 중앙은행, 국립경제사회개발위원회 등 3개기관이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가동시켜 대응에 나섰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태국 근로자들도 자국 통화의 가치 상승에 불만을 토로 하고 있다. 외국에서 힘들게 돈을 벌어 본국에 송금하는 바트화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만 해도 지난해 기준 태국인 장기체류자가 19만 7764명으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근로소득을 본국에 송금할 경우 국내은행에서 한화를 미국 달러화로 바꿔 다시 바트화로 보내야 하는 만큼 본국 가족이 손에 쥐는 바트화가 갈수록 줄고 있다.
태국 중앙은행은 2015년 이후 4년 4개월만인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1.5%로 하향조정했지만 바트화 가치 상승은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들은 미·이란 사태에도 굴구하고 바트화 가치절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만간 바트화가 달러 당 30 이하로 다시 떨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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