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복예산 과감한 수술"··· 洪부총리 재정구조조정 시사
입력 2020-01-12 16:33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해 첫 국무위원 워크숍에서 올해는 세입 감소가 우려되는 만큼 '재정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집행실적이 부진한 사업과 관행적인 보조 사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경기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2020년 국무위원 워크숍'을 열고 국정운영을 논의했다. 홍 부총리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금융위원장·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새해 들어 국무위원과 장관들만 별도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후반기를 맞아 성공적인 정책성과 창출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정운영과 국가재정 등 두 세션으로 구성된 이날 워크숍에서 홍 부총리는 '우리의 재정 구조·운용·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인구고령화를 비롯한 다양한 구조적 문제로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성장과 포용성 강화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재정이 여전히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중관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세입 여건은 여의치 않는 만큼 새로운 재정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재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지출 구조를 효율화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3+1 재정운용전략'을 제시했다. 홍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작년 경제성장률과 올해 경기 전망이 모두 예상치를 밑돌면서 정부 살림살이에도 비상등이 켜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확정된 올해 정부 예산은 512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00조를 넘어섰다.

총지출은 급격히 불고 있지만 국가가 국민·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국세 수입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는 모두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정부 세입 예산 규모인 294조8000억원에 못 미치는 '세수 펑크'가 확실시하고 올해 이런 적자폭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워크숍에선 부처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업을 강화하면 예산·성과평가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예산 심의·배분 과정에서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워크숍은 국정 운영과 국가 재정, 2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국정 운영을 주제로 열린 첫 세션에서는 김상조 실장이 국정 운영 여건과 전략에 대해 발제하고, 홍 부총리가 혁신성장·포용성장·공정경제 및 한반도 평화·번영 관련 정책 체계의 큰 틀과 핵심 과제를 정리·발표했다. 또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성공적인 정책 성과 창출을 위한 부처 간 정책 협업·소통 강화와 정책 집행의 효율성 강화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데이터 3법, 벤처투자촉진법 등 경제 활력 법안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관련 규제를 과감히 정비하고 전문 인력 양성 등 종합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또 참석자들은 지난해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한·메콩 정상회의 등 신(新)남방 정책을 통한 성과가 있었던 만큼 올해는 신북방 정책의 성과를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다자 협력 채널의 성과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산업·금융 등 분야에서 전략적인 양자 협력 채널을 활성화하고 이를 위한 범부처 협업·지원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양연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