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연초부터 정비사업 잇딴 유찰 왜...`몸사리기`
입력 2020-01-12 15:03 

연초부터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유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과열경쟁도 불사하던 건설사들이 정부 규제가 심해지자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2시에 마감된 갈현1구역 시공사 재입찰은 롯데건설만 참여해 최종적으로 유찰(무효)됐다. 아무도 응찰하지 않거나 1곳만 응찰하면 유찰이 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2회 이상 유찰일 경우 조합은 총회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갈현1구역의 경우, 1차 입찰 때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했지만, 대안설계를 제시했다는 이유로 현대건설의 입찰자격이 박탈되고 지난 9일 재입찰에 들어갔는데 그마저도 성사되지 못해 수의계약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갈현1구역은 설 이전에 이사회를 열어 수의계약 방식으로 가겠다고 할 듯 하다"며 "설 이후에 대의원대회, 총회 등을 거쳐 해당 안이 확정되면 롯데건설이 이르면 3월 즈음에 해당 사업을 수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은 은평구 갈현동 300번지 일대에 지하 6층~지상 22층, 아파트 32개 동, 4116가구(일반분양 819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9182억원에 이른다.
앞서 서울 서대문구 홍은13구역 재개발도 지난 6일 시공사 재입찰 과정에서 HDC산업개발만 단독 참여해 경쟁입찰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시공사를 뽑기로 결정하고,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사업제안서를 받아 검토할 계획이다. 만약 제안서에 결격 사유가 없다면 다음달 중순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어 조합원들의 찬반 투표를 거치게 된다. 홍은13구역 재개발은 서대문구 홍은동 11-111 일대에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의 아파트 827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에도 유찰이 이어졌다. 서초구 방배 삼익아파트 재건축은 지난 12월 재입찰이 무산됐다. 1차에 이어 2차 때도 대림산업만 입찰에 응했기 때문이다. 당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GS건설은 강북 최대 재개발구역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도 대림산업이 시공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서초구 방배동 1018-1번지 일대에 위치한 방배 삼익아파트는 공사비 약 2314억원 규모의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곳은 지하 5층~지상 27층, 721가구 규모의 주거시설과 상가 신축을 할 예정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성북구 장위11-2, 장위15-1구역 등도 유찰로 수의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한남3구역 수주 전에서 정부가 강력히 제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건설사들이 과열 경쟁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듯 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