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혁명수비대 여객기 격추 시인하자 이란서 반정부 시위
입력 2020-01-12 13:16 
사과전화를 하고 있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이란 대통령실, 연합뉴스]

이란이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UIA) 여객기가 이란혁명수비대의 실수로 격추됐다고 시인하자 국내외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란군 합동참모본부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사고기는 테헤란 외곽의 민감한 군사 지역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며 "미국의 모험주의가 일으킨 위기 상황에서 이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당했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성명 발표 직후 트위터에 "이란은 참혹한 실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참극이다"고 올렸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대공사령관은 같은날 이란 국영TV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미사일에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란이 실수로 자국 국민들의 사망을 초래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란 대학생과 시민 등 천여명은 이날 오후 테헤란 시내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 앞에 모여 혁명수비대 등 군부와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은 교문 앞 도로를 막고 "쓸모없는 관리들은 물러가라",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 "부끄러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무장한 경찰은 최루탄을 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롭 매케어 이란 주재 영국 대사는 집회에 참석해 체포됐다 3시간 만에 석방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이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 내 반(反)정부 시위대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며 이란 정권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용감하고 오랫동안 견뎌온 이란 국민에게 고한다"며 "우리는 당신들의 시위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당신들의 용기에 고무돼 있다"고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같은 내용을 이란어로도 트윗에 올렸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피해국인 캐나다, 우크라이나 정상과 통화해 격추 관련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이란 대통령실은 로하니 대통령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사과한 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사건 조사를 위해 적극적인 국제적 협력도 약속했다. 하지만 통화에서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를 거론하며 "모두 법을 지켜야 중동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는 만큼 미국의 중동 개입은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간섭때문에 지역의 보안 수준이 '매우 위한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추락 사건에 미국의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로 "이번 여객기 참사에 연루된 모든 이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며 "이번 일은 이란군의 실수로 벌어졌다는 점을 전적으로 인정한다"고 사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과의 통화 직전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란으로부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에 대한 자세 천명, 책임자 처벌, 사고 희생자 시신 송환, 손해 배상금 지급, 외교적 경로를 통한 공식 사과 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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