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법인명의 아파트 구입, 지방으로 확산
입력 2020-01-12 13:15 
지난달 서울에 거주하는 1주택자 A씨는 부산에 '투자용'으로 집을 한 채 사러 갔다가 공인중개업소에게 법인을 만들어 집을 사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법인 명의로 산 아파트는 A씨가 구매한 것으로 보지 않아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되지도 않고, 대출 한도도 조금 높았기 때문이다. 부산이 최근 조정대상 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집값 가격이 상승하면 언제든지 다시 지정될 수 있고, 그럴 경우 양도세 중과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도 매력적이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발했던 법인 명의로 아파트 매매에 나서는 사례가 지방 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과세 강화 등 개인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세율과 대출 등에서 유리한 법인 명의 투자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법인 아파트 거래가 하나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가장 최근 집계된 지난해 11월 부산 지역서 법인이 개인 명의 아파트를 사들인 사례는 266건으로 전달(171건) 대비 55.5% 늘었다. 지난해 11월 6일 조정대상지역서 해제된 후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면서 법인이 아파트를 사들이는 경우도 함께 늘어났다. 거래 작년 1월(38건)과 비교하면 7배 뛴 셈이다. 법인 명의 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월 2.0%에서 작년 11월엔 5.1%까지 확대됐다. 특히 최근 아파트 거래가 집중된 해운대구(32건) 수영구(26건) 등에서 법인 명의 매매가 크게 늘어났다.
이같은 경향은 요즘 지방 부동산 경기를 이끄는 대부분 광역시에서 확인된다. 대구의 경우 작년 11월에 법인이 개인 명의 아파트를 사들인 사례가 97건으로 지난해 10월 40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아파트 거래가 살아나는 울산도 작년 10월 39건에서 11월 47건으로 법인 거래가 늘어났다.

주택 매매자들이 부동산 법인 투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세금제도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비규제 지역에서 개인의 양도세 기본세율은 6~42%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등 정부 규제가 시작될 경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10~20%포인트 추가적용된다. 반면 법인은 주택 매각 시 10~25%의 법인세만 내면 된다. 법인이 주택을 팔아 양도차익이 발생할 경우 10%포인트의 추가 부담이 있지만 세율을 비교하면 분명히 낮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서 1억원의 양도차익을 얻는 2주택자는 기본 양도세 35%에 10%포인트가 중과돼 45%를 부담하지만 법인은 기본 법인세 10%에 10%포인트가 중과돼 20%만 부담하면 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비규제지역이어도 법인 매매가 양도세 절세 효과가 약간 있다"며 "정부 규제가 시작될 경우 효과가 더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도세 이외 세금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일단 법인명의 주택은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다주택자에겐 매력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주택 보유 시 발생하는 임대수익에 대한 세금도 개인사업자는 사업소득세율(6~42%)을 적용받는 반면에 법인사업자는 법인소득세율(10~25%)을 적용받는다.
최근엔 법인을 활용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정부의 빡빡한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추가됐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 적용받는다. 비규제지역도 LTV가 70%, DTI는 60%다. 반면 법인은 법인 대표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 가능 비율이 달라지지만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는 법인 거래도 일반 거래와 똑같은 대출규제를 받기 때문에 대출 측면에선 매력이 떨어지긴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무 전문가들은 법인 명의의 부동산 투자가 절세 측면에서 '100%'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우선 법인은 장기보유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개인 다주택자가 아파트를 보유하면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30%까지 받을 수 있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법인은 개인이 수익금을 인출하려면 배당 등을 통해야 하는데 이때 6~42%의 종합소득세가 적용된다. 이 밖에 법인 소득에 대한 세무신고 절차가 복잡해 재무제표 작성 및 관리 등에 대한 추가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법인을 통한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주택을 '많이' 그리고 '오래' 갖고 있어야 한다"며 "특히 법인에서 주택 매각으로 인한 수익금을 배당으로 바로 빼지 않고 쌓아 놓아야 '과세이연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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