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모펀드 갑질에 공장문 닫아"…공정위, 태림포장 조사
입력 2020-01-12 10:32 
태림포장이 계약에 따라 제품 제작을 위해 아산패키지에 보낸 기계들. [사진 제공 = 송주용 전 아산패키지 대표]

'블랙머니'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먹튀를 소재로 다룬 영화다. 극중 대한은행(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스타펀드(론스타)의 불법과 탐욕을 부각시켰다.
블랙머니에서 재조명한 론스타 사건과 비슷한 사례가 우리나라 물류업계와 사모펀드 사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림포장 하청업체 일부가 불공정 계약을 주장하며 태림 측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태림포장이 영세하도급업체 대상으로 제품 제작원가를 속여 정산금액을 최소화하는 등 갑질을 해왔다는 게 소송의 발단이다. 이 문제로 태림포장의 하청업체인 아산패키지의 경우 공장문까지 닫았다. 이와 관련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거래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약관계가 복잡해 살펴볼 것이 많다"고 밝혔다.
아산패키지에 따르면 태림포장과 거래하던 1년간 매월 1500만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왔다. 송주용 전 아산패키지 대표는 "사실상 '남는 것이 없는' 불공정 계약으로 파산했다"며 "관련 문제를 공정위에 제기하고 현재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송 전 대표에 따르면 아산패키지는 2017년 5월부터 1년간 태림포장과 하도급생산계약을 체결하고 중량물 박스를 생산해 납품해왔다. 그러나 태림포장의 일방적인 낮은 단가 강요 등으로 불과 1년 만에 아산패키지는 7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는 등 경영난에 시달렸다고 한다. 태림포장은 원자재 가공비를 부풀려 단가를 계산해 단가를 산출했고 결과적으로 아산패키지는 제대로된 단가로 산출하지 않은 단가로 정산을 받았다는 게 송 전 대표의 설명이다.
아산패키지는 낮은 단가로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태림포장에 계약 이행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송 전 대표는 "당시 태림포장이 '오더를 준 대기업인 H사가 매출단가를 인상하면 향후 인상단가를 적용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H사의 매출단가 인상이 이뤄진 후에도 하청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인상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림포장의 말만 믿고 납품 계약을 연장했는데 납품단가 인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는 납품단가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계약서에 명시한 제품생산에 필요한 장비이용료, 운송료, 부자재 및 전기료 등 비용에 대해서도 태림포장이 하청업체에 일방적으로 전가했다고도 울분을 토했다. 그는 "전기료의 경우 100만원 정도 나오던 것이 1000만 이상 나오기도 했다"며 "태림포장이 쓴 전기료까지 하청업체가 부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품 제작을 위해 태림포장으로부터 지급받은 일부 기계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여서 1억원 이상 자비를 들여 기계를 들여와 생산했다"고도 덧붙였다. 계약상 제품 생산에 필요한 비용을 태림포장이 제공해야 하는데 이행이 잘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송 전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일련의 하청업체 쥐어짜기는 2015년 국내 최대 골판지회사인 태림포장의 주인이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로 바뀌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태림포장과 아산패키지의 소송이 진행됨에 따라 태림 측 법무팀에 불공정 거래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해당팀 관계자는 "해줄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IMM PE는 2015년 태림포장을 인수해 지난해 10월 세아상역에 태림포장, 태림페이퍼, 태림판지를 7000억원대 초반에 매각해 2배가량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아픔을 겪었다.
사모펀드가 인수합병 과정에서 수익을 거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협력사에 대한 불공정 거래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공정위 조사 결과에 귀추가 모아진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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