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대량 매입해온 반도건설이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캐스팅보트 권한을 본격적으로 행사해 몸값을 키우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이날 오후 대호개발 등 3개 계열사가 작년 12월 말 기준 한진칼 보유 지분을 8.28%까지 늘렸다고 공시했다. 11월 말 기준 6.28%에서 지분율을 한 달 만에 2%포인트나 높인 것이다.
반도건설은 이와 함께 지분매입 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꾼다고 공시했다.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 활동은 이사 추천, 배당 요구, 기타 회사 합병 관련 사항 등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매집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이래 일관되게 "한진칼이 저평가 돼 있다고 판단하고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지분율이 5%를 넘어 주요 주주로 분류되는 10%선 근처까지 다가오자 더이상 단순투자 목적만으로 지분 매입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건설은 오너 일가를 제외한 한진칼의 단일 주주로는 3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반도건설이 경영참여를 선언한 만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CGI 등과 향후 접촉에 나서 한진칼 지배구조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 경영권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만한 지분을 가진 만큼 협력을 원하는 쪽과 본격적으로 접촉을 하면서 몸값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반도건설은 아직 어느 편을 들지, 구체적으로 어떤 경영활동을 펼쳐나갈지는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어느 누구와도 접촉을 하지 않았으며 누구 편을 들 것인지 등에 대해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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