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추미애 "징계 관련 법령 찾아라" 지시…윤석열 겨냥한듯
입력 2020-01-10 13:06  | 수정 2020-01-10 13:4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장관정책보좌관에게 징계 법령 파악을 지시하고 있다. [이석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검찰 고위간부 인사 관련 "필요한 대응"을 지시 받은 후, 법무부 간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여권은 이번 인사 과정에서 보여준 검찰의 행태에 대해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연일 압박하는 모습이다. 추 장관이 검토하는 징계 대상자도 사실상 윤 총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매일경제는 지난 9일 오후 9시께 추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조두현 법무부 장관정책보좌관에게 문자로 "지휘감독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길 바랍니다"라고 지시하는 것을 포착했다.
여당과 검찰 안팎에서는 징계 검토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검찰에서는 그 대상자가 윤 총장인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추 장관이 조 보좌관에게 이같은 지시를 내리기 전후 여권 내 움직임은 이같은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시 여부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지난 8일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각각 부산고검 차장과 제주지검장으로 전보하는 등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에서는 "청와대 겨냥 수사 방해", "윤 총장 의견을 듣지 않아 위법이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반면 추 장관은 지난 9일 오후 12시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오후 3시에는 청와대 관계자가 브리핑에서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원만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오후 5시30분께 이 총리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시라"고 추 장관에게 전화로 직접 지시했다. 총리실은 이례적으로 통화내용과 관련 사진까지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법령에 정한 절차 등이 정상적으로 잘 진행되도록 대응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실제로 이같은 총리 지시가 공개된지 3시간 30분 후 추 장관이 징계 관련 법령 파악을 직접 지시한 것이 포착된 것이다. 또 10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비판수위를 더욱 높였다. 당정청이 합심해서 연일 윤 총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사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징계하기 위해선 법무부 내 감찰관실을 통해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선행돼야 한다. 감찰을 통해 비위사실이 확인되면 검사징계법에 따라 해임 등이 가능하다. 이 법에 따르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법무부장관이 청구하도록 규정돼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취임 후 법무부의 감찰권 행사 강화 방침을 밝혔었다.
만약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이 현실화 되면 이는 그의 거취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이후 채 전 총장은 사퇴했다.
다만 윤 총장이 인사 협의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징계법에서 검사에 대한 징계는 정치활동, 직무상의 의무를 게을리 한 경우,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때 가능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추 장관이 '명'이라고 언급했지만, 명으로 볼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인사협의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아직은 검찰에 대한 공세가 윤 총장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윤 총장의 '옷을 벗겨야 한다'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총장의 의견수렴 규정에 대한 검찰의 잘못된 해석에 대한 여당의 경고"라고 덧붙였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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