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이란 갈등에 한국 진출 기업도 `예의주시`
입력 2020-01-08 16:05 
지난 3일 테헤란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집회. [사진 출처=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무력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중동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의 큰 피해는 없지만 양국간 전면전으로 확산될 시 현지 소비가 위축되고 사업 확대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 및 화장품업체들은 중동 지역을 기회의 땅으로 지목하고 최근 몇 년간 진출 속도를 높여왔다. 대표적으로는 CJ제일제당과 농심, 삼양식품,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에이블씨엔씨 등이 있다. K-컬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진출 규모도 커졌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동 수출 규모는 2013년 1869만달러(한화 219억원)에서 2018년 2347만달러(한화 279억원)로 27% 가량 뛰었다. 특히 소비재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동 소비재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4000억달러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6% 가량 증가한 1조6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BBQ는 2009년 중동 지역에 진출했다. 한 때 중동 지역에서 운영했던 매장 수는 10여개로, 이란에서도 1개점을 개점했다. 특히 이란 사업 확대를 위해 현지 업체와 마스터프랜차이즈(MF) 계약을 타진하던 중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현재 협상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BBQ 관계자는 "중동은 타 국가와 종교·문화적으로 비교해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사업 확대를 추진해왔던 지역"이라며 "향후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블씨엔씨 미샤는 지난달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이라크에 진출했다.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등에도 드러그스토어 입점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미샤는 이라크 1호점에 이어 2,3호점 개점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중동 수출 규모가 타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며 "아직까지 이라크 현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없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는 2018년 UAE 두바이 1호점을 개점한 뒤 쿠에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1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은 2006년 요르단을 시작으로 UAE 등 7개 중동 지역에 진출해있다.
식품업체들은 할랄 인증을 통해 중동을 공략하고 있다. 세계 할랄 식품 시장 규모는 약 2조달러이며, 2022년에는 3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농심은 2010년 할랄 인증을 받아 '신라면' 등을 중동에 수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5년 '비비고'를 중동 지역에 선보였다. 삼양식품은 중동 수출을 위해 2018년 '불닭볶음면' 등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항상 미국과 이란 양국간 관계라는 리스크가 존재했던 시장이기 때문에 진출 규모가 크지는 않다"며 "그러나 사태가 중동 전 지역으로 확산될 시 당분간 수출 확장세는 주춤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지난 3일 미국이 공습을 통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새벽 이라크 내 미국 기지를 겨냥새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보복 공격에 나섰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미국 반격에 가담할 경우 우리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며 중동 지역 미국 우방국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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