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 시리아·터키 방문 `광폭 행보`…중동 `뇌관` 해결사 나서나
입력 2020-01-08 15:35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새해 들어 첫 외국 방문 일정으로 시리아를 전격 방문,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중동 지역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를 전격 방문했다. 시리아 내 미군 철수 이후 역내 해결사로 떠오른 푸틴 대통령이 새해 첫 해외 방문지로 중동지역을 택한 것이다. 중동 외교에 있어 장기 전략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신 푸틴 대통령이 그 위상을 차지하기 위해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7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만났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다마스쿠스) 공항에서 곧바로 시리아 내 러시아군 지휘센터로 향했다"며 "그곳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영접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시리아 방문은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후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러시아의 중동 내 영향력 확대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중동 정세와 관련해 "불행하게도, 불안이 고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제관계위원회의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소장은 블룸버그에 "안정이 흔들리고 위험이 커질 때, 불안정이 대두할 때 러시아는 중동 내 입지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동맹과 적에게 보내는 분명한 신호"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성과 비교해 러시아의 일관성이 큰 이익이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마스쿠스 일정을 마친 후 이날 저녁 터키 이스탄불로 이동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언론보도문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현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도 회담한다고 소개했다. 앞서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8일 흑해 해저를 통해 러시아와 터키를 연결하는 '터키 스트림' 가스관 개통식 참석 등을 위해 터키 이스탄불을 실무방문한다고 밝혔다.

이곳에서는 최근 북아프리카 지역의 새 분쟁 '뇌관'으로 떠 오른 리비아 사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폭살로 이란과 미국이 일촉즉발 상황인 가운데 리비아에서는 내전이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탓이다. 지난 5일 에르도안 대통령이 CNN튀르크 뉴스 채널과 인터뷰에서 "(터키군이) 현재 리비아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리비아 내전 개입을 실행에 옮겼다. 터키군은 트리폴리 등 리비아 서부를 통치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A)를 지원하게 된다. 작년 4월 리비아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이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에 트리폴리 진격을 지시해 리비아 내전이 격화된 뒤 외국군이 공개적으로 파병하기는 터키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리비아 내전의 외세 개입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의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2014년부터 서부를 장악한 GNA와 하프타르 사령관의 동부 군벌 세력으로 양분됐다. GNA는 유엔이 인정한 리비아의 합법정부로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인 터키와 카타르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등은 LNA 세력을 지지한다. 리비아 내전과 관련해 터키와 러시아는 서로 입장이 다른 셈이다.
지난해 시리아 쿠르드족을 공격하던 에르도안 대통령을 설득해 휴전을 이끌어 낸 푸틴 대통령이 리비아 사태에 어떠한 해결책을 내놓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옛 소련 시절의 아프리카 영향력 회복을 꾀하는 푸틴 대통령의 올해 첫 외교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터키 매체 휴리엣데일리뉴스는 "이번 양정상의 만남이 리비아를 평화 상태로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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