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씨 "자유한국당하면 인상부터 쓰던 제가…"
입력 2020-01-08 11:15  | 수정 2020-01-08 14:30
한국당, `목발탈북` 지성호 인재영입 [사진출처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올해 총선을 앞두고 '목발 탈북'으로 알려진 탈북자 인권운동가 지성호 씨(39)와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 씨(29)를 영입했다. 한국당은 8일 국회에서 2차 영입 인재를 발표하고, 환영식을 열었다. 지난해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논란이 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1차 영입 인재 명단에 올렸다가 철회한 뒤 두 달여 만이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김은희 씨는 지난 2018년 한 방송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힌 '체육계 미투 1호'로 꼽힌다. 김씨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코치와 2016년 고소했다. 김씨의 사례를 계기로 여성 체육인들이 단체 성명을 내는 등 스포츠계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김씨는 현재 경기도 일산에서 테니스 코치로 활동 중이다.
김씨는 "자유한국당하면 인상부터 쓰던 제가 이 자리 서기까지 굉장히 힘들었다"며 "제가 가진 생각과 당이 지향하는 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주위에서도 만류 많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인권 문제 있어서 만큼은 당색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하게 여긴 건 의지였는데 당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구체적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줄 것을 약속해서 이자리에 섰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씨는 지난 2018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에서 참석한 바 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부각하며 지씨를 소개해 유명인사가 됐다. 북한 주민이던 지씨는 1996년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려다 굶주림에 탈진해 선로에서 기절했고, 지나가던 열차가 지씨를 덮쳐 왼팔과 다리를 마취도 없이 절제해야 했다. 지씨는 이후 목발을 짚은 채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한국 땅을 밟았다. 지씨는 현재 북한 인권 단체 '나우'(NAUH)를 운영하고 있다.

지씨는 "솔직히 말씀 드리면 한국당이 인권 문제에 대해 일을 제대로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인재 영입 맡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변화의 확신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 센터를 비롯해 내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준비를 진행 중 임을 알았다"며 "한국당과 머리로 일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일하는 사람 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이번 인재영입이 청년·여성 중심과 감동 선사의 두 코드를 모두 맞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동열 인재영입 위원장은 "이번에 영입한 인재들이 고난과 아픔을 이겨낸 인생사로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인재영입을 시도하며 총선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가 역풍을 맞은 바 있다. 황 대표는 박찬주 전 육군대장 등을 영입 대상으로 발표했는데, 박 전 대장은 '갑질논란'이 여전한 인물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박 전 대장 역시 기자회견을 열어 비판을 직접 돌파해보려 했지만, 삼청교육대 언급이 나오면서 이미지는 더욱 추락했다. 또 영입인사 중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는 신보라 한국당 청년 최고위원 비서의 남편으로 알려지며 때아닌 '청년세습'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당은 결국 인재영입위원장을 교체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고, 이날 발표는 새 인재영입 체제의 첫 성과물이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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