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金·油"…미중 갈등 저무나 했더니 이란발 리스크에 연일 최고가

미·중 무역협상 극적 합의에 회복 조짐을 보이던 금융시장에 예상치 못한 미국과 이란의 갈등 국면에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 유가, 채권 등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물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6.40달러(1.06%) 오른 1568.80달러에 마감했다. 9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금값은 장중 1590.9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2013년 4월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갈등이 촉진된 지난 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선물 가격은 1549.20달러로 급등하며 금값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미국과 중국 무역 갈등이 지속됐던 지난해 9월 24일(1532.10달러) 이후 최고가였으나 미국과 이란의 무력 양상이 심해지면서 이날 다시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국제 금값 상승 현상을 국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전일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 가격은 5만9420원에 마감하면서 지난해 9월 5일(5만9870원)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거래량 역시 급증했다. 이날 하루에만 177.827kg가 거래됐다. 이 또한 지난해 9월 6일의 141.871kg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당시에는 미중 갈등으로 금값과 거래량이 연일 올랐던 것을 고려할 때 이번 글로벌 정세 악화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투자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8% 상승한 국제 금 시세가 1온스당 1600달러 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금뿐 아니라 중동발 우려로 원유선물 가격도 강세다.
같은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4%(0.22달러) 상승한 63.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장 초반 2% 가량 급등세를 보이다가 보합권으로 상승 폭을 줄였다.
앞서 북해산 브렌트유 3월물 선물 시세는 2% 이상 오르며 배럴당 70.16달러로 지난해 9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 된다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극단적 상황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입을 모은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국가들이나 이라크 내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원유 생산 시설에 대한 공격이나 이란 핵협정(JCPOA) 탈퇴 등 악재가 발생하면 유가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올 하반기 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가 강세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이 원유 공급자 역할을 확대해 원유 시장 안정화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 원유 가격의 상승은 당장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꺾였다기보단 불확실성에 보험을 가입하겠다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미중 간 합의를 생각했을 때 (미국과 이란의) 극단적인 선택 가능성은 최대한 낮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훈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중국과 사우디 아라비아(反 이란)가 무력 사용을 반대하며 세계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미국 상·하원도 트럼프 행정부가 대 이란 군사행위를 벌일 경우 의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나섰다"면서 "단기 석유시장은 '중동 지정학적 긴장'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군사충돌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3일 미군이 이란을 공습해 혁명수비대 정예군(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하자 이에 이란은 강력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양국 대치 상황이 발발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보복 시 즉각적인 반격(52개 지역)에 나서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인데 이어 이란 역시 핵합의 탈퇴를 시사하면서 긴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