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英 프리미엄 백화점 해로즈·셀프리지의 오프라인 생존 전략
입력 2020-01-07 15:25  | 수정 2020-01-07 16:18
영국 런던에서 서쪽으로 60여km 떨어진 도시 헨리온템스에 자리잡은 `h카페`. 유명 백화점 해로즈가 지난해 10월 오픈한 첫 단독 카페다. [강인선 기자]

"문을 닫은 점포와 연 점포 수 차이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영국의 다국적 회계 감사 기업 PWC는 그들이 5년간 추적해 온 영국 주요 상권 내 6만6352개 오프라인 점포 중 1234개가 순감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해 하반기 발표했다. 감소한 점포는 2868개. 전년 동기 2692개 대비 6.5% 증가한 수치로, 5년내 집계한 것 중 가장 높았다. PWC는 "유통업계가 영업활동과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재편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시장 성장에 따른 오프라인 시장 침체는 영국 유통시장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영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해로즈'와 '셀프리지'의 온라인 대응 전략에 차이가 있어 주목된다. 해로즈는 오프라인 콘텐츠를 강화하고 지점을 내는 전략을, 셀프리지는 국내외 온라인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카페·뷰티샵 지점 내는 콧대높은 백화점
지난해 11월 찾은 영국 옥스퍼드셔 헨리온템스. 런던에서 서쪽으로 60여㎞ 떨어진 작은 도시인 이곳에는 한달여전 'h카페'가 들어서며 인근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h카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백화점'이라는 별명이 붙은 런던 해로즈 백화점이 처음으로 낸 단독 카페다. 2층 규모로 자리잡은 이곳에는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해로즈 식품관에서 공수된 베이커리와 차, 초콜릿 등이 도착해 진열대를 채운다.
h카페 1층 내부. 해로즈 식품관으로부터 매일 새벽 공수하는 베이커리와 차, 커피 등이 제공된다. [강인선 기자]
h카페 관계자는 "헨리온템즈는 조용하지만 소득 수준이 높고, 매년 봄 140년 전통의 조정 경기가 열리는 만큼 외부인들도 많이 찾는 도시"라며 "고급스러운 지역 이미지가 해로즈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 h카페가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1849년 설립된 해로즈는 지점을 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영국 내에서도 가장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은 런던에서도 여전히 모피를 판매하고 있는 몇 안되는 '콧대높은' 백화점이다. 그런 해로즈가 카페 형태로나마 독립된 매장을 낸 것을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해로즈가 온라인 공세속 오프라인 장악력을 강화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로즈는 h카페 외에도 오는 4월 런던 동북쪽에 맞닿은 에식스 주에 뷰티샵 'H뷰티'를 내놓을 계획도 발표했다. 고급 화장품, 향수와 함께 뷰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음료와 칵테일이 제공되는 바도 들어설 예정이다. 마이클 워드 해로즈 최고경영자는 올해 중국 상해시에도 H뷰티를 출점시킬 계획을 지난 12월 발표하기도 했다.
h카페 2층 전경 내부. 고객들이 배송시킨 옷을 입어볼 수 있는 탈의실이 마련돼 있다. [강인선 기자]
해로즈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런던시내 본점에도 오프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이 백화점은 2018년부터 시작한 식품관 리뉴얼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연 구역인 '다이닝홀'을 공개했다. 150평 규모에 웅장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다이닝홀에서는 150여명의 요리사가 해로즈의 식품관에서 바로 공수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준다.
5층 '테크놀로지' 관에서는 30여평의 가로로 긴 공간에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제품들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카메라가 달려 내가 보는 장면을 그대로 녹화할 수 있는 안경, 식물을 심고 물을 충전하기만 하면 되는 스마트 화분, 3D프린터 등이 진열돼 눈길을 끌었다.
◆ 매장 노른자 땅에 '픽업존', 배송비도 저렴... 온라인 집중하는 셀프리지
런던 시내에서 해로즈로부터 북동쪽으로 2km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프리미엄 백화점 '셀프리지(Selfridges)'가 있다. 1909년 설립돼 마찬가지로 긴 역사를 자랑하고 최고급 상품들을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해로즈에 비해서는 가격대가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인식되는 백화점이다.
최근 들어 셀프리지가 강조하고 있는 구역은 'Click and Collect' 존이다. 저녁 10시까지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매장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셀프리지 본점 지하 1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자마자 50여평의 'Click and Collect' 존이 고객들을 맞이한다. 매장에서 만난 한 고객은 "같은 유명 브랜드의 상품을 사더라도 셀프리지에서 직접 샀다고 하면 신뢰도가 올라간다"며 "온라인으로 주문하면서도 매장에 와서 직접 픽업해 가는 수고를 감수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 셀프리지 지하 1층에 위치한 `클릭앤 픽업` 존.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강인선 기자]
셀프리지는 온라인 쇼핑 경험의 핵심인 배송 서비스도 해로즈보다 저렴하게 제공한다. 두 백화점 모두 공식 사이트에서 구매하고 싶은 제품을 선택하면 화면 바로 아래에 배송 조건과 가격을 표시한다. 3일~5일이 걸리는 영국 내 표준배송비는 셀프리지가 5파운드, 해로즈가 5.95파운드다. 셀프리지는 날짜를 지정하는 배송의 경우 8파운드, 시간까지 지정하는 경우 10파운드를 부과한다. 해로즈는 시간과 날짜가 구체적이어질수록 배송비가 크게 증가한다.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받아 볼 수 있는 '익일배송'은 12파운드,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받아볼 수 있는 옵션이 추가되면 18파운드를 더 내야 한다. 주말에는 15.95파운드로 배송비가 올라간다.
▶셀프리지VS해로즈 배송 정책
*3~5일 소요되는 영국 표준 배송 조건
**전날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익일 오전 9시 이후 배송
***전날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익일 오전 9시 이전 배송
두 백화점의 온라인 대응 전략을 바탕으로 누가 승자가 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설명이지만 업계는 온라인 전략에서만큼은 셀프리지가 한발 앞서 있다고 분석한다. 영국의 온라인매체 '인터넷 리테일링'은 데이터분석업체 '글로벌데이터'의 에밀리 살터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해로즈가 매장 만큼 온라인에도 투자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라이벌인 셀프리지가 글로벌 배송 옵션 등으로 해외 고객들을 이끌어들이고 있는 만큼 해로즈도 온라인 경영 활동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살터 애널리스트는 "이는 고객들로 하여금 더 자주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더 적은 부지와 지점을 갖고 있는 해로즈에게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런던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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