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연초부터 뜨거운 韓 외화채권…1월에만 29억달러
입력 2020-01-05 17:25 
국내 기업들이 경자년 벽두부터 외화채 발행에 연이어 나서고 있다. 원화에 비해 조달 비용이 저렴한 데다 한국 채권시장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이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남동발전, 주택금융공사는 이달 중 한국물을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외화채권 발행을 위해 주간사단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물(Korean Paper)이란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외화채권을 통칭한다.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을 필두로 순수 민간기업까지 발행에 가세하면서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2016년 이후 한국물 시장 발행량은 연평균 270억달러(약 30조원)에 달한다.
신년 첫 한국물을 준비 중인 곳은 포스코다. 최대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조달하기 위해 작년 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BNP파리바, BoA메릴린치, HSBC를 주간사로 선정했다. 시장에서는 포스코가 경기 침체 대비 차원에서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만기가 임박한 회사채가 없어 조달 자금은 운영비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남동발전과 주택금융공사도 1월 중 발행에 나선다. 남동발전은 만기 외화채 상환을 위해 최대 3억달러(약 3500억원), 주택금융공사는 정책자금 충당을 위해 최대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어치를 각각 발행하기로 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최대 5억달러(약 6000억원)를 확보하고자 1분기 말 발행할 계획이다. 한국물 시장이 인기를 끄는 것은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다. 지난해 발행한 대부분 기업은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목표 금리 대비 0.2~0.3%포인트 낮춰 조달을 성사시켰다.
반면 원화채 시장에서는 작년 하반기 들어 BBB급뿐 아니라 A급 회사채까지 미매각 사태가 발생하면서 발행금리가 높아졌다. 외화를 필요로 했던 LG화학, 대한항공, 미래에셋대우 등에는 달러를 직접 조달한다는 이점도 있었다. 스왑과 환헤징 절차 등을 거치며 원화를 달러로 바꿀 필요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한국 채권시장이 견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호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한국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0.21%포인트로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CDS는 특정 국가나 기업의 부도위험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된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 하락은 금융시장에서 한국 채권의 부도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고 보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시장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달 가능한 덕분에 한국물 시장을 찾는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설 연휴가 지난 이후부터 발행 행렬이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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