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할머니 되니 스펙 의미 없더라"…취약계층 울리는 `일자리 한파`
입력 2020-01-05 13:21 
자활근로자들이 종이봉투를 접는 일을 하고 있다.

"할머니 되니깐 스펙이 의미가 없더라고요. 조금 서글프지만 나이들어서 이렇게 일 할 수 있는 데 감사해야죠."
올해로 63세를 맞은 한덕자(가명)씨는 도봉지역자활센터에 자활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대답 와중에도 봉투를 접는 두 손은 멈출 줄을 몰랐다.
자활근로자들은 10평이 안 되는 작은 방에 모여 앉아 부지런히 백화점에 납품할 종이 봉투를 접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작업을 했지만 사업성이 없어지면서 새로 찾은 일이다.
김광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다가가 '필요하신거나 하실 말씀이 없냐'고 묻자 그들은 "일자리가 많아야 해요. 드릴 말씀은 그것 밖에 없다"고 답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3일 새해 첫 일정으로 도봉지역자활센터와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의 직접일자리 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일자리 한파가 취약계층의 겨울울 더 춥고 고난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자활근로, 장애인일자리, 노인일자리 등 직접일자리를 총 85만 명에게 제공한다. 이 중 약 88%인 75만여 명이 1분기부터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자리 부족'을 호소했다. 도봉지역자활센터 관계자는 "1월부터 비상이 걸렸다"며 "한달 마다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장애인보호작업장의 경우에는 아예 대기자가 넘치자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도봉장애인복지관에 입소한 장애인들은 포장용 비닐을 갯수에 맞게 포장해 다이소에 납품하는 일들을 통해 소정의 급여를 받고 직업훈련을 받는다.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직원은 "지난해 기준 하루 일당 2만6,000원 정도를 받고, 훈련을 받는 직업훈련생들은 한달에 6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안전한 곳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보니 대기자가 넘쳐서 현재는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에 방문해 포장용 비닐을 쌓고 있는 장애인 직업훈련생들. 이곳에서 포장된 비닐은 '다이소'에서 판매된다.
더 큰 문제는 이곳을 나간 뒤다. 자활근로자 사업의 경우 나이 제한이 있다. 65세까지만 참여가 가능하다. 장애인 일자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증장애인이 아닌 경우 2년 동안 만 참여가 가능하다.
이철진 도봉지역자활센터 실장은 "나이가 들면 오히려 일자리를 더 구하기 어려운데 일률적인 참가 기준 제한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일자리 문제 같은 경우는 현장에서 수요를 맞추어 가면 되는 문제인 만큼 조금 더 정부에서 지자체에 자율성을 보장해주면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복지관 실무자들로부터 장애인 일자리와 관련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도 정부 지침들이 까다로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여럿 나왔다. 현장 상황에 유연하게 적용하기에 너무 엄격한 지침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지침이 아예 없어 창의적인 사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며 "보건복지부가 지역사회 장애인센터를 믿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의 힘을 키워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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