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푸르덴셜 양보 못해"… KB vs 우리 `불꽃경쟁` 예고
입력 2020-01-02 17:45  | 수정 2020-01-02 23:53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오는 20일로 예정된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서 맞붙을 전망이어서 업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두 곳 모두 비은행 부문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인수·합병(M&A)에 대한 최고경영자(CEO)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에서 정면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과 우리금융은 내부적으로 생보업계 11위(총 자산 기준)인 푸르덴셜생명 인수 타당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좋은 매물이라 내부적으로 정밀하게 살펴보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관련 내용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CEO 신년사에서 M&A를 주요 항목으로 언급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사업 영역 확장을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 완성도를 제고하고 신성장 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며 신중하게 접근하되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까지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던 KB금융은 지난해 신한금융에 역전당했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한 신한금융이 덩치를 키우면서 수익에서도 앞서 나갔기 때문이다. ING생명은 2012년 KB금융이 단독 입찰에 성공하고도 이사진 반대로 인수에 실패한 적이 있어 KB로서는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KB금융은 KB생명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자산 기준 업계 17위에 그룹 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하다. 이 때문에 대형 생보사 M&A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대략 업계 9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신한금융과 벌이고 있는 자존심 싸움도 생보사 인수 여부에 승패가 달려 있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궁게임이라고 하면 10발 중 남은 한 발을 확실하게 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생명보험 분야를 더 보완해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여망이 있다"고 생보사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금융 또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푸르덴셜생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지주 출범과 함께 자산운용사 2곳과 부동산신탁사 1곳, 롯데카드 지분 20% 등을 사들인 우리금융은 올해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지만 보험사 매물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접근한다는 각오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신년사에서 올해 그룹 경영전략 가운데 하나로 '사업포트폴리오 강화'를 선언하고 "캐피털이나 저축은행 등 중소형 M&A뿐 아니라 증권이나 보험 등 그룹 수익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 확대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탄이 넉넉한 KB금융에 비해 우리금융 자금 여력은 빠듯한 편이다. 회계기준 등 문제로 2조원대로 평가받는 푸르덴셜생명을 혼자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롯데카드처럼 사모투자펀드(PEF)와 함께 일부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로 접근하거나 별도 사모펀드를 조성해 주요 지분을 갖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이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인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은 사모펀드를 활용해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을 썼다.
CEO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참모진 활약도 관심거리다. KB금융에서 M&A를 담당하는 이창권 전략총괄(CSO) 부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글로벌부문장을 겸임하게 됐다. 지난해 숨 가쁘게 이어진 KB금융의 글로벌 M&A 건을 지주 차원에서 조율한 공로를 높게 평가받은 것이다.
이창권 부사장은 10여 년 전 KB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도 실무자로 일했고, 2016년에는 현대증권 인수를 주도하며 윤종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우리금융에서는 박경훈 부사장이 M&A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 인수에 연이어 성공하며 우리금융 외연을 넓혔다. 손태승 회장이 우리은행 전략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팀장으로 호흡을 맞추는 등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그는 손 회장 눈빛만 봐도 그의 의중을 읽을 정도로 복심으로 통한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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