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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행` 류현진, 인센티브는 `상복`에 달렸다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입력 2020-01-02 06:00  | 수정 2020-01-02 09:21
파란색은 파란색인데, 뭔가 다르다. 사진= 블루제이스 공식 트위터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2020년이 밝았다. 2020년에는 메이저리그에도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정규시즌 로스터가 26인으로 확장되고, 대신 확장로스터 제도가 수정된다. 구원 등판한 불펜 투수는 이닝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면 세 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투수의 부상자 명단 등재 기간도 최소 15일로 확장된다.
그것보다 더 큰 변화가 있다. 이제 한국의 메이저리그 팬들은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는 류현진(32)의 모습을 봐야한다. 파란색은 같은데, 팀이 다르다. 류현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기존에 있던 LA다저스와는 전혀 다른 환경임에도 그는 새로운 파트너로 토론토를 택했다. 그만큼 거부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처음부터 류현진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들던 팀이었고, 결국 손을 잡았다.
류현진은 이미 알려진 대로 4년간 8000만 달러의 금액을 받는다(세금은 별도 부담). 여기에 몇 가지 조항들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세부 내용은 어떨까? MK스포츠는 소식통을 통해 류현진 계약의 세부 내역을 입수했다. 어떤 특징이 있을까?

계약금없이 연봉만
류현진은 8000만 달러의 금액을 온전히 연봉으로 받는다. 계약금이 없다. 보통 이정도 거액의 FA 계약을 할 때는 계약금을 일부 포함시켜 분할 지급하는데,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그런 조건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그러나 세금 문제를 따져보면 다르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자문을 밭고 있는 스포츠 연예 전문 회계사 로버트 라이올라는 자신의 트위터(@SportsTaxMan)를 통해 계약금의 경우 15%의 세율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블루제이스 구단이 연고지를 두고 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세율이 최대 53.53%인 것을 생각하면 차이가 크다.
이번 계약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일부 금액을 계약금으로 돌렸다면 세금 폭탄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는 상으로 받는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인센티브에 있다. 보통 메이저리그 계약의 인센티브는 경기 출전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선발 투수의 경우 선발 등판 횟수, 소화 이닝에 따라 인센티브를 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류현진도 앞서 LA다저스와 6년 계약을 맺을 당시 5년간 일정 이닝을 채우면 1년 먼저 FA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번 계약에도 인센티브는 포함됐다. 그러나 조건이 다르다. 출전 횟수나 이닝이 아닌 상과 관련된 인센티브들이다. 가장 먼저 사이영상이 있다. 계약 기간 사이영상을 받을 경우 15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는다. 사이영상을 못받더라도 5위 안에 들면 보너스가 나온다. 2위는 12만 5000달러, 3위는 10만 달러, 4위는 7만 5000달러, 5위는 5만 달러다.
올스타에 뽑히면 5만 달러의 보너스가 지급되며, 골드글러브에 뽑혀도 역시 5만 달러의 인센티브가 있다. 포스트시즌에 대한 보너스도 있다. 월드시리즈 MVP는 5만 달러,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에는 2만 5000달러가 걸려 있다.
한 해 받을 수 있는 보너스는 총 27만 5000달러다. 이중 얼마나 챙겨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류현진이 2019시즌에 이같은 조건이 있었다면, 올스타 선발에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으니 17만 5000달러의 보너스를 받았을 것이다.
김용일 코치와 지난 시즌을 함께한 류현진. 새 시즌에도 같이할 확률이 높다. 계약상으로 개인 트레이너 고용을 보장받았다. 사진= MK스포츠 DB

개인 트레이너에 스위트룸까지
세금 부담도 크고, 인센티브도 받기 어려운 조건들이지만 그렇다고 블루제이스가 그를 홀대한 것은 전혀 아니다. 류현진은 토론토가 또 다른 FA 선수를 거액에 영입하지 않는 이상 다음 시즌 팀내 최다 연봉 선수가 된다. 당연히 그에 맞는 대우를 보장했다.
류현진은 개인 통역과 개인 트레이너를 계약 조건에 포함시켰다. 지난 시즌 그는 김용일 코치를 개인트레이너로 영입해 함께 동행했고, 큰 효과를 봤다. 새로운 시즌도 그와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에서 일부 아시아 출신 선수들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이다. 류현진은 새로운 팀에서도 그 특권을 누린다. 여기에 원정 때마다 스위트룸을 사용한다는 조항도 포함시켰다.
트레이드 거부권도 포함됐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10년차, 한 팀에서 5년차라는 조건을 채우지 못하기에 전구단 상대 트레이드 거부권은 얻지 못한다. 대신 특정 팀에 대한 트레이드 거부권을 확보했다. 아직 어떤 팀을 트레이드 거부 대상에 포함시켰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트레이드 거부권은 결국 트레이드 선택권이다. 자신이 원하는 팀으로 이적할 경우에만 이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만약 류현진이 트레이드 대상에 오른다면, 이는 그를 지켜줄 창과 방패가 될 것이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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